- 美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시청자 3,430만 명… 전년 대비 8%
- NBC, 헌트릭스 ‘엔딩’ 배치하고 3시간 동안 “곧 등장” 자막 송출
- 슈퍼볼 잇는 시청률 보증수표 입증…그래미·오스카 러브콜 예고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광고 끝나면 곧 헌트릭스가 등장합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아침, NBC 방송사는 이 한마디로 3400만 명의 시청자를 TV 앞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팝스타 ‘헌트릭스(Huntrix)’가 메이시스 퍼레이드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미국 방송가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 썼다.
닐슨(Nielsen)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방송된 ‘2025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NBC 방송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합쳐 총 343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8%나 급등한 수치로,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TV 생중계 시장에서 이례적인 ‘역주행’ 기록이다.
◇ ‘11:00~11:15’의 기적…산타클로스보다 헌트릭스

시청률 그래프가 요동친 순간은 명확했다. 헌트릭스가 무대에 오른 오전 11시부터 11시 15분 사이, 순간 시청자 수는 정점을 찍었다. 통상적으로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가 ‘산타클로스의 등장’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K-팝 스타가 그 자리를 대체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킬러 콘텐츠’임을 입증한 것이다.
참고로 지난 2024년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시청자 수가 1억 2770만 명이었다. 단일 퍼레이드 행사로 3,400만 명을 기록한 것은 스포츠 이벤트를 제외하면 미국 내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다.
◇ NBC의 치밀한 ‘인질극’…광고 매출 ‘대박’

업계에서는 이번 시청률 대박의 배경에 NBC의 치밀하고도 얄미운 편성 전략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NBC는 헌트릭스를 행사 가장 마지막 순서인 ‘헤드라이너’로 배치했다. 그리고 행사 시작인 오전 8시 30분부터 무려 3시간 동안, 주요 광고가 나갈 때마다 “잠시 후 헌트릭스 등장(Coming up next: Huntrix)”이라는 자막과 멘트를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채널 변경을 원천 봉쇄했다.
현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헌트릭스를 인질로 잡고 3시간 동안 광고만 보여줬다”, “NBC의 희망 고문에 당했지만, 무대를 보는 순간 용서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덕분에 NBC는 3시간 내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 다음 무대는 그래미?…‘시청률 구원투수’ 등극

이번 사태(?)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명확한 시그널을 줬다. 권위는 높지만 시청률 하락으로 고심하던 ‘그래미 어워드’나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등 주요 시상식들이 헌트릭스를 섭외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청률에 죽고 사는 미국 방송가에서, 3시간 동안 3400만 명을 붙들어 맬 수 있는 아티스트는 흔치 않다. NBC가 보여준 ‘헌트릭스 효과’를 확인한 이상, 내년도 주요 시상식의 헤드라이너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