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콘크리트 숲으로 변해버린 현대 도시에서 사라진 자연의 생명력을 ‘기억’의 형태로 되살리는 전시가 예술의 본고장 유럽에서 펼쳐진다.

오는 4월 2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 취리히 ‘포토바스티(Photobastei)’에서 사진가 홍인숙의 개인전 ‘Bloom in the City: 도시정원’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급격한 도시화로 소멸해가는 자연에 대한 애도이자, 인간 내면에 잠재된 정서적 풍경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업물들을 선보인다.

홍인숙 작가의 작업은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 그리고 유년의 뜰에서 시작된 사소하지만 강렬한 기억의 파편들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도시의 틈새에 직접 접은 ‘종이꽃’을 설치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서울의 63빌딩이나 한강철교, 그리고 고즈넉한 성곽길을 배경으로 피어난 푸른빛과 노란빛의 종이꽃들은 실재하는 풍경과 작가의 내면적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상징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록 사진을 넘어 ‘장소성(Placeness)’의 확장에 주목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종이꽃은 자연을 대신하는 동시에 그 부재를 명확히 드러내는 매개체”라고 설명하며 익숙했던 도시의 장면들이 예술적 개입을 통해 어떻게 낯선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하는지를 탐구한다.

전시가 열리는 취리히 포토바스티는 도시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감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공간으로, 홍 작가가 추구하는 ‘도시의 층위’와 ‘기억의 중첩’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박민경 큐레이터는 “작가의 시선은 상실된 자연에 대한 슬픔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기억 속에 스며든 유기적 풍경을 이끌어내어 도시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봄의 시작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피어날 홍인숙의 ‘도시정원’은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마음속 정원을 되찾는 소중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