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프로보(미 유타주)=김용일 기자] 이번시즌 상반기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킨 강원FC의 주역으로 뛸 때 그 모습 그대로다. ‘꿈의 무대’ 월드컵을 향하는 태극전사 사이에서도 존재 가치가 뚜렸했다. 단숨에 수비의 리더인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이기혁이다.
그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있는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대비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스리백 왼쪽 스토퍼로 선발 풀타임을 뛰며 5-0 대승에 이바지했다.
사전 캠프지인 솔트레이크시티에 뒤늦게 합류한 김민재 등이 선발진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기혁은 가장 돋보이는 수비수였다. 전반 초반부터 안정적인 볼 소유와 정확한 왼발 킥을 통한 전환 패스로 공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월드컵 최종 명단 구상을 앞두고 이기혁이 뛰는 강원 경기를 장기간 지켜본 홍 감독은 기존 구사한 정통 스리백을 버리고 이기혁을 중심으로 변칙적인 형태를 가동했다. 공격력이 좋은 왼쪽 윙백 옌스 카스트로프를 전진 배치하면서 이기혁을 왼쪽 측면으로 벌려 뛰게 했다. 뒷공간은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3선 자원이 커버했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과 비교해 전술이 유연해져 공수 기능이 두드러졌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2위인 트리니다드토바고라고 해도 A매치 1경기 출전에 불과한 ‘초보’ 이기혁이 이정도로 뚜렷한 활약을 하리라곤 예상하기 어려웠다.
왼쪽 측면의 배준호(스토크시티), 카스트로프와 호흡 뿐 아니라 오른쪽 윙백 김문환(대전)의 전진을 겨냥한 침투 패스 등 발군의 기량이었다. 본선까지 이런 경쟁력을 이어가면 김민재와 다양한 형태로 스리백에서 호흡할 전망이다. 그는 후반 17분 김민재가 교체투입된 뒤 30분여 함께 뛰었다.

이기혁은 “홍 감독께서 스리백 상황에서 공격 시 포백 형태로 두고 나를 풀백처럼 기용한다고 하셨다. 강원에서 하던 플레이어서 어려움이 없었다”며 “큰 실수가 없어 기쁘지만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홍 감독은 “후방에서 나가는 이기혁의 정확한 왼발 패스를 살리면서 카스트로프의 위치를 높게 두려고 했다”며 “(이기혁은) 가끔 톡톡 튀는 플레이를 고치면 굉장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이기혁은 경기 중 마르세유 턴 등 주요 상황에서 개인 전술로 극복하고자 했다. 홍 감독은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수비수로 좀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바랐다. 이기혁은 “마르세유 턴은 자신이 있다보니 나온 것 같다. 월드컵 상대는 더 강하다. 실수가 나올 수 있으니 공을 더 쉽게 처리하면서 공격수 템포에 맞게 패스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