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신인 감독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때 충무로에서 입봉은 물론 두 번째 작품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엔 젊은 감독들이 첫 작품부터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포영화부터 드라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인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콘텐츠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영화 ‘백룸’ 케인 파슨스 감독이다. 올해 스무 살인 케인 파슨스 감독은 제작사 A24 역대 감독들은 물론, 박스오피스에서도 최연소 1위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에서 출발한 단편 호러 콘텐츠를 장편 영화로 확장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백룸’은 제한된 공간에서 극도의 공포를 끌어내는 연출력과 인터넷 괴담 문화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백룸’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흐름 자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극장으로 이어지고 젊은 창작자가 글로벌 스크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살목지’의 이상민 감독이다. 1995년생인 이상민 감독은 첫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인 ‘살목지’로 손익분기점의 3배 이상 흥행을 기록하며 충무로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특히 공포영화가 오랫동안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비교적 낮은 제작비로도 개성과 연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 특성 덕분이다. 실제로 장재현 감독, 김용훈 감독 등도 장르영화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상민 감독 역시 ‘살목지’를 통해 자신만의 감각과 연출력을 증명하며 ‘공포물=신인 등용문’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드라마 분야에서도 신예 감독들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을 연출한 고혜진 감독 역시 업계가 주목하는 이름이다.
고혜진 감독은 지난해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로 첫 장편 연출에 나섰고, 올해는 ‘신입사원 강회장’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재벌 회장과 청년 축구선수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순옥 작가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연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첫 드라마 연출작임에도 안정적인 전개와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고 시청률 9%대를 돌파하며 10% 고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과거에는 신인 감독들이 작품 제작 기회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검증된 감독에게 투자가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OTT 플랫폼의 성장과 콘텐츠 시장 확대는 상황을 바꿔놓았다. 이전보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가 주목받으며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가진 감독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인터넷 문화와 SNS, 유튜브를 자연스럽게 체득한 세대답게 기존 창작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장점도 뚜렷하다. 익숙한 소재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있다. 입봉작으로 흥행을 이끌고, 첫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젊은 감독들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 업계는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는 단계를 넘어 그들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