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중년층의 뜨거운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화장’에서 관객들이 뽑은 명장면은?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제공·제작 명필름, 공동제공·kth, 배급 리틀빅픽처스)이 거장의 귀환과 명품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열연으로 언론,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인생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공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이 직접 뽑은 명장면 Best 3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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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의 안성기.제공|리틀빅픽처스

◇명장면1=죽어가는 아내와 매혹적인 젊은 여인에게서 느끼는 오상무의 번민
화장품 회사의 중역인 오상무는 세속과 일상에 지친 인물이다. 반복되는 회사일과 헌신적인 간병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투병으로 점점 죽어가는 육신의 아내의 사이에서 지친 그의 열정을 깨운 것은 회사 후배 ‘추은주’다. 아픈 아내를 곁에 두고, 삶,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여인 추은주를 흠모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바라보기만 하던 오상무. 회식 자리가 끝난 후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추은주가 선물한 와인을 들고 상념에 빠져 있던 오상무는 추은주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급히 택시를 돌리지만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한다. 허탈한 표정으로 길을 걸어가는 오상무의 축 쳐진 어깨에서 처음으로 마음 속 욕망을 내보였지만 전하지 못한 그의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연기 경력만 50년을 훌쩍 넘긴 국민배우 안성기가 선보이는 인생의 서글픔과 끓어오르는 갈망이 혼재된 중년 남성의 내면 연기가 인상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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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의 김규리. 제공|리틀빅픽처스

◇명장면2=몽환적인 느낌의 아름다운 환상 신
아내의 죽음으로 등장하는 상여 신에서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추은주의 모습은 검은 상복을 입은 일행들과 대비되며 이질적으로 비춰진다. 아름다운 젊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추은주는 오상무가 연정을 품는 존재인 만큼 가녀린 몸의 선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신이나, 상여 신 등 오상무의 환상에서 고혹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전반에 깔린 사실적인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마음에 있는 생각, 욕심, 꿈 등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오상무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강렬한 색채, 세밀한 조명을 이용해 추은주를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존재로 보이게끔 했다. ‘김규리라는 배우가 이토록 예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임권택 감독의 말처럼 배우 김규리의 이제껏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낸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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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의 안성기와 김호정. 제공|리틀빅픽처스

◇명장면3=“여보 미안해…” 울음 섞인 아내의 한마디
병원의 욕실, 온 몸의 힘이 빠져 남편에게도 차마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가리지도 못한 채 힘겹게 서있는 아내를 오상무는 힘들지만 정성스럽게 씻긴다. 겨우 씻고 난 후 옷을 입히자 마자 아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연신 미안하다고 말한다. 영화가 공개된 후 평단은 물론 관객 모두 극찬한 욕실 신은 오랜 시간 함께한 남편에게 미안함과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오상무의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난 최고의 장면이다. 암환자로 병약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한 삭발 투혼과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김호정의 메소드 연기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또, 묵묵히 아내를 다독이는 안성기의 모습은 특히 중년층의 공감을 자아낸다. 임권택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100여 편이나 영화를 한 감독으로서 지금까지 찍은 어떤 한 컷보다도 아름답고 함축적이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장면이기도 하다.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등 명품 배우들이 최고의 열연을 선보이며 세월만큼 한층 더 깊어진 시선,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 시대와 소통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프로덕션으로 격조 있는 작품의 탄생을 예고한다.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33회 벤쿠버 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제25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제9회 런던한국영화제, 제25회 싱가포르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브리즈번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뉴라틴아메리카 영화제, 인도 케랄라 국제영화제,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제39회 홍콩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