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넥센, 창단 첫 KS 진출...영웅들의 10월의 마지막 밤은 아름다웠다
히어로즈 선수단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지난해 일이다. 마산구장에서 경기 전 훈련을 하고 있던 NC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머니~나나나나~ ○○머니~’ 익숙한 멜로디, 귀에 감기는 가사…. 바로 대부업체 ○○머니의 CF로고송이었다. 테임즈에게 왜 이런 노래를 부르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야구를 보기 위해 한국 스포츠채널을 틀면 이 노래가 자주 나온다. 멜로디가 흥겹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노래가 고금리 대부업체의 로고송이라는 설명을 듣고 “잘 몰랐다. 계속 머릿 속에 맴돌더라”라고 말했다.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웃을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스타의 입을 맴돌게 만든 중독성의 취기는 생각보다 강했다. 고금리 대부업체들은 스타선수의 입을 움직일 정도로 스포츠산업에 깊숙히 파고 들고 있었다. 대부업체의 스포츠산업 침투 트렌드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독성 강한 음악, 친근한 이미지, 유명 광고모델을 앞세워 광고시장에 주력했다면, 이젠 스포츠산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무의식 중에 로고송을 부르게 했던 ‘중독 마케팅’에서 대놓고 해당기업 응원가를 부르게 만드는 ‘공격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의 스포츠산업 참여는 오래 전부터 계속됐다. 처음엔 가볍고 건전했다. A&P파이낸셜대부는 대회 스폰서 및 후원활동을 진행하며 이미지를 세척했다. 2010년 2월 동아시아 축구대회 스폰서, 2011 프로축구 리그컵 타이틀 스폰서를 했지만 ‘돈을 빌려라’라는 노골적인 광고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기업들이 등한시하는 선행에 뛰어들었다. 제 1회 아프로배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 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업체의 스포츠산업 참여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이런 일련의 투자와 스포츠 후원활동은 프로스포츠에 진입하려는 포석이 됐다. A&P파이낸셜대부는 브랜드명인 러시앤캐시, OK저축은행을 활용해 프로배구 구단을 창단하며 첫 술을 떴다. A&P파이낸셜대부의 감성마케팅은 계속됐다. OK저축은행은 홈 안산에 세월호 비극이 벌어지자 구단 명을 잠시 접어두고 치유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많은 배구팬들은 대부업체의 ‘따뜻한’ 활동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안산시민으로서 고마웠다. 하지만 씁쓸했다.

대부업체가 프로야구까지 진출한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 바로 믿기는 힘들었다. 프로야구는 1982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이라는 캐치 프라이즈를 내걸지 않았던가. 현재도 많은 구단들이 매년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며 의미있는 가치 전달에 나서고 있다. 히어로즈가 대부사업을 했던 일본계 제2금융권 회사와 손을 잡았다고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제, 히어로즈를 응원했던 어린이들은 대부업체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대부업체의 응원가를 부르게 된다. 히어로즈는 구단의 가치와 영속성보다 ‘스폰서 비 2배 인상’이 더 달콤했던 것 같다. 대부업체와 손잡는 히어로즈는 더 이상 어린이들의 영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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