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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급할수록 돌아가라. 선장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뾰족한 묘책을 찾지 못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얘기다.
한국 축구 공격진의 최고 핵심 선수인 손흥민(25·토트넘)이 1년이 넘도록 A매치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가장 답답하겠지만 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쨌든 골을 넣고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팀의 핵심 공격수가 해결사 구실을 해내지 못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손흥민이 골을 넣어야 본선에서도 한결 수월하게 뻗어 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17년 들어 손흥민이 A매치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건 심각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의 A매치 골 시계가 멈춘 것을 두고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됐다. 전술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다.
전술적으로는 공간이 생겼을 때 속도와 정확한 슛으로 골을 곧잘 만들어내는 손흥민의 장기를 대표팀에선 전혀 볼 수 없다. 손흥민이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친 적도 있으나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 기간 일부 경기에서 ‘유효슛 0개’가 나왔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희미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손흥민의 활동 범위다. 토트넘에서 측면 뿐 아니라 동료와 원활한 위치 이동으로 기회 창출을 해내는 것과 다르게 대표팀에선 왼쪽 측면에 국한해 움직였다. 이 또한 두 가지 원인으로 압축된다. 한국이 올해 들어 치른 경기는 대체로 ‘단두대 매치’ 성격의 경기였다. 예전처럼 공격에만 힘을 줄 수 없었다. 지난달 끝난 이란·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만 하더라도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에 상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더라도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조심스럽게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상대가 수비 형태를 갖췄고 손흥민에게 강한 압박이 붙었다. 아무리 개인 전술이 뛰어나도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토트넘에서 자유로운 위치 변화와 함께 골 폭풍이 가능했던 건 해리 케인, 델레 알리처럼 좋은 컨디션과 재능을 보유한 동료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표팀에선 아직도 원톱 적임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오른쪽 측면에서 붙박이로 뛴 이청용 등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손흥민과 컨디션 불균형을 이뤘다. 지난 8일 러시아전에서 손흥민이 비록 골을 넣진 못했으나 ‘프리롤’로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뛰면서 프랑스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권창훈과 나름 좋은 시너지를 보였다는 점과 대비된다.
심리적인 면에서는 손흥민의 마음가짐이 크다.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열의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소속팀보다 아무래도 손흥민이 중심이 돼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고 동료 역시 그에게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더라도 무득점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이 러시아전에서 손흥민을 프리롤도 둔 건 그의 골 갈증을 해소하는 사실상 최후의 카드였다고도 볼 수 있다. 아쉽게 몇 차례 기회가 무산되면서 고심이 늘었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손흥민의 무조건 선발이 해답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김태륭 KBS해설위원은 “손흥민이 짊어진 무게가 워낙 큰 상황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후반 조커로 기용하면서 상대가 느슨해졌을 때 그의 스피드나 결정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골만 터진다면 손흥민 역시 자신감을 되찾아 얼마든지 선발이든 조커든 제 구실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둔 신 감독은 남은 평가전 기회에서 여러 공격 전술을 실험해야 한다.
손흥민 위주의 공격 작업이 플랜A인 것은 분명하나 플랜B 구상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한 축구 전문가는 “손흥민이 측면에 있던 프리롤이던 현 체제에서는 다른 공격 요원이 그에게 맞춰 움직이고 있다. 손흥민을 벤치에 두고서 다른 선수끼리 공격을 풀어가는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연령별 팀을 이끌면서도 팀의 중심 선수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속적인 믿음으로 기 살리기에 나선 적이 있다. 손흥민도 그점에서 볼 때 무조건 선발이 답은 아니라는 게 여러 축구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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