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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확대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도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1군뿐만 아니라 이른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퓨처스리그에도 도입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KBO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지켜보면서 일본이나 대만 선수들이 KBO리그에 와서 뛰는 그림을 상상해봤다. 왕보룽 같은 타자가 KBO리그행을 바라면 분명 필요한 팀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계속 도망가고, 대만은 무섭게 쫓아오는데 우리만 제자리 걸음이다. 그 이유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후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을 자치하며 일본과 대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일본은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전에서 한국에 발목을 잡혀 일대 위기론이 일었다. 사무라이 재팬의 지휘봉을 잡은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이 “일장기의 무게감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우는 것이 국가대표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이 개인을 버리고 팀으로 결속하자 APBC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실제로 일본야구 관계자들도 “일본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크게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오랫만에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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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1980년대 리틀야구로 세계 무대를 평정했던 자부심이 바닥에 떨어졌다. 한국에 번번이 발목을 잡힌데다 2006년 이후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역시 ‘위기론’이 제기됐다. 자국리그가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마이너리그로, 수준급 선수들을 일본프로야구로 적극보내 선진 기술 습득에 열을 올렸다. KBO 고위 관계자는 “대만도 국제대회 때마다 한국, 일본과 수준차를 절감하면서 나름의 계획을 갖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APBC에서도 2패에 머물렀지만 한국에게는 ‘자칫하다 대만에 잡힐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줬다”고 말했다.
우물 안에 갇혀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프로야구나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교류를 하면서 아시아 인터리그 도입을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 아시아 인터리그(한·일·대만 통합리그)가 도입되면 아시아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로 분류하지 않는 아시아쿼터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국 선수 교류가 활발해지면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진다. 미국이나 도미니카 공화국, 네덜란드 등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올린 국가들도 자국리그가 아닌 전세계 프로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빠진 아시아 야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도 ‘개방’에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