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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기름이 많지만 고등어 등 생선처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오리는 곧잘 닭과 비교되지만, 사실 백색육(흰살) 가금류인 닭과는 달리 적색육(붉은 살)이라 맛도 영양도 다르다.
그래서 1980년대 오리고기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던 시기, 오리 포장육을 판매하던 업체에서 ‘날개달린 작은 소’라고 광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인들은 오리를 화덕에 구워 먹고, 서양인들은 오븐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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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나무 장작으로 오리를 굽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리 요리에 있어 가장 맛있는 조리법이 아닌가 한다. 닭보다 훨씬 기름이 많은 오리는 예로부터 구울 때 장작을 주로 썼다. 그래야 나무향이 고루 배어들어 고기의 감칠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오리기름에는 필수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지만 적당히 빼는 게 먹을 때 덜 느끼해서 좋다. 그래서 장작불에 오랜시간 돌려가며 구워낸 오리고기는 보다 담백하고 향긋한 불맛이 배어있어 풍미가 좋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쪽에 위치한 ‘나무향기’는 그야말로 도심 속에서 간편하게 오리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 초벌로 오리를 구워내, 가게 이름처럼 ‘나무향기’를 배게 한 다음 식탁 위 불판에서 조금씩 올려 맛볼 수 있다.
메뉴는 오리와 통삼겹살 등인데 오리 바비큐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면 잠시 후 기름이 흐르는 토실토실한 오리 한마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내온다.
집게로 몇점을 집어 불판 위에 올렸다. 따로 기름을 두를 필요도 없다. 오리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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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을 집어 고기만 맛을 봤다. 과연 뜨거운 육즙이 쫄깃하고 바삭한 오리 껍데기 속에 갇혀 있다. 누룽지처럼 고소한 껍질을 서서히 씹으면 입속에서 살과 골고루 섞여 딱 좋은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통닭 전기구이도 빙빙 돌리며 구워 속은 촉촉하고 껍질은 바삭한 맛을 내지만, 오리 껍데기의 맛은 엄연히 닭과는 다르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한층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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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부호들은 오리고기(베이징덕)를 먹을 때 껍질만 먹고 나머지는 내버려 둔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 듯 하다.
이집에서 오리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쌈에 싸먹는 것이다. 무쌈을 보니 그 정성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얇게 자른 무쌈 한장에 깻잎절임 한장을 하나하나 붙였다. 누군가 미리 이토록 정성껏 준비를 했다. 차마 남길 수도, 미안해서 더 달라할 수도 없다.
잘 구워진 오리고기를 무쌈에 올려서 먹었더니 한결 담백하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오리의 맛을 잡아준다. 새콤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무쌈이 고기맛을 살려준다.
<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나무향기=오리장작구이(4만6000원), 향기모듬장작구이(5만2000원). 4만~5만원이면 2~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그리 비싼 집은 아니다. 오리를 먹고 양이 모자라면 통삼겹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고깃집이지만 한정식집처럼 곁들인 찬에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오붓하게 즐길 수 있도록 좌석이 칸칸이 나뉜 가게 분위기도 좋은 음식과 함께 모임을 빛내는 요소다. 서울 종로구 당주동 145. (02)723-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