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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기성용(31) 거취의 변수, 바로 ‘위약금’이다.
기성용과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전북 현대는 영입 걸림돌로 위약금을 꼽고 있다. FC서울이 2009년 맺은 계약 조건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는 가운데 축구계는 기성용이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 원 소속팀이었던 서울과 일종의 ‘복귀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이 이적 과정에서 발생한 이적료 일부를 기성용에게 지급했고, 이후 서울이 아닌 다른 K리그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에는 받은 금액 이상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 말이 사실일 경우 기성용의 전북행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미 ‘연봉 20억원+α’에 달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상황에서 사실상의 이적료까지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위약금은 200만 유로(약 26억원)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6강 엔트리 등록은 이미 마감돼 기성용 활용이 제한적이다. 위약금과 별개로 기성용은 자유계약(FA) 신분이라 영입에는 문제가 없지만 전북은 분쟁을 일으키며 이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성용 거취의 최대 변수가 되는 위약금 조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하는 이면계약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저촉하는 부분도 없다. 도덕적으로 의견은 갈릴 수 있지만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인들의 공통생각이다. 축구팬으로 유명한 손수호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계약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대단히 불합리한 점도 발견하기는 어렵다. 선수가 대가성으로 이적료 일부를 받았다면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시완의 민지훈 변호사도 “양측이 동의한 계약이라면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의 위약금 요구는 계약에 따라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과거 서정원과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의 소송 상황과 유사하다. 위약금은 없었지만 서정원도 1997년 프랑스로 이적할 때 구단으로부터 자신의 이적료 100만 달러의 절반을 수령하는 대신 국내 복귀 팀은 안양이어야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대법원 판례(20022002다6951, 6968 판결)를 살펴보면 1999년 2월 안양은 서정원에게 국내 프로축구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서정원 측에서 수원 삼성과 이미 계약조건을 맞춰놓은 후 안양과 협상한 점이 파악됐고, 법원은 이를 “협상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채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서정원에게 이적료의 일부인 3억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앞선 케이스와 달리 기성용은 가장 먼저 서울과 협상했고, 전북과는 이미 몇 주가 지난 후에 접촉해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안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성용이 국내 복귀를 추진할 때 서울이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울과 기성용 측은 지난 1월 협상했지만 결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서울이 기성용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는지가 중요하다. 기성용은 뉴캐슬 시절 연봉으로 약 30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성용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기량과 스타성 면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선수로 꼽힌다. 만약 서울이 기성용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제안을 했다면 선수가 위약금 조항으로 인해 그대로 계약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손 변호사는 “서울과 기성용 사이에 체결된 ‘서울로 복귀하지 않을 시 위약금 지급한다’는 약정의 효력이 인정되고 또한 실제로 기성용이 서울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체 사정을 볼 때 서울로 복귀하지 않은, 또는 못한 것이 기성용의 잘못이 아니라면, 위약금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있다”라면서 “서울이 제시한 영입 조건의 수준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 변호사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제안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위약금을 볼모로 선수가 인정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웠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라고 비슷한 의견을 냈다.
현재 전북은 위약금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지급해 기성용을 영입할 의사는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북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전북이 아무리 자금력이 강해도 위약금을 모두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금액이 줄어든다면 고려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기성용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협상을 이어나갈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기성용의 국내 복귀가 무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기성용은 현재 중국, 중동, 미국 등 다양한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있다. 위약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북행이 무산될 수 있고, 서울과의 협상이 결렬돼 K리그로 돌아오지 않을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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