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청 남자정구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뒤 좋아하는 이천시청 남자정구팀 선수들. 이들은 이제 코트에 설 수 없게 됐다. 제공=이천시청 남자정구팀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감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다렸지만 전화도 오지 않았다. 협회에 알아보니 팀이 완전 공중분해됐다고 했다. 예고된 수준이었지만, 생존권을 빼앗긴 감독과 선수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궁금해졌다.

경기도 이천시(시장 엄태준)의 일방적 3개 스포츠팀(직장운동부) 연말 해체 결정 이후,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그리고 대한체육회까지 나서 이의 재고를 요청했지만, 시는 끝내 거부하고 제갈길만 갔다. 그렇게 35년 전통의 이천시청 남자정구팀(감독 이명구)은 연기처럼 스포츠 무대에서 사라졌다.

대한소프트테니스(정구)협회 관계자는 15일 “이천시청 정구팀의 해체가 지난주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 이천시청과 함께 창녕군청 남자정구팀도 군청의 일방적 결정으로 해체됐다”면서 “이제 국내 남자정구팀은 2개가 줄어 9개만 남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정구팀은 대부분 시도 체육회, 시청·군청 등 지자체에서 운영해왔는데, 남자팀 외에 여자팀도 11개나 된다.

해체된 이천시청 선수들 가운데 한명 정도만 다른 팀으로 새 둥지를 찾았고, 이명구 감독과 다른 선수들은 졸지에 다른 생업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천시는 엄태준 시장 취임 이후 정구, 트라이애슬론, 마라톤 등 비인기 3개 남자팀의 운영에 못마땅해 해왔고, 지난 8월 전격적으로 연말해체 결정을 내려 정구인들의 분노를 샀다. 정구인들은 이천시민 1132명의 참여한 ‘이천시청 직장운동경기부 해단 승인 취소’ 온라인 청원까지 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임교성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전무는 “해볼 만큼 해봤는데 , 이천시장과 창녕군수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팀 해체를 막을 수 없었다”며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야 괜찮겠지만 이제 갈 곳 없는 감독과 선수들의 생계는 막막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3개팀을 막무가내로 해체한 이천시는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겠다”며 “창단 희망종목은 공모를 통해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71년 정부는 비인기종목 육성을 위해 지자체가 운동부를 설치하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이천시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비인기종목을 해체하고 공모로 새로운 운동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천시청 정구팀 해체는 스포츠에 대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몰상식이 빚어낸 참사라 할 수 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