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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10년 넘게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정신과 꾸준함이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종합전시관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WBFF KOREA 2021’에서 MC는 특별무대를 소개하며 ‘세계챔피언, 안재성!’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주인공인 안재성(39)은 차분하기만 했다. 안재성에게 보디빌딩은 언제나 진지한 인생의 한 분야다. 185cm의 큰 키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연상케 하는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보디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그냥 얻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안재성은 2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대학교에서 운동건강학과를 졸업한 후 트레이너로 활동했지만, TV에 나오는 근육질의 스타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디빌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키가 크고 팔다리가 너무 길어 보디빌더로 적합하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다.

안재성은 “체형이 보디빌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오기가 생겼다. 내 몸이 선수로서 유전적으로 타고 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러면서 트로피 숫자를 늘려갔다”라고 말했다. 안재성은 지난 2018년 세계적인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 단체인 WBFF(WORLD BEAUTY FITNESS & FASHION)에서 주관한 ‘2018 WBFF WORLDS’에서 동양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10년 동안 수없이 1위와 그랑프리를 차지했지만, 안재성이 수식어에 초연한 이유는 보디빌딩이 ‘성취’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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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보디빌딩의 매력은.

발전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력한 만큼 분명히 발전할 수 있는 것이 보디빌딩의 특징이다. 보디빌딩 경기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근육의 사이즈 뿐만 아니라 체형미와 포즈 그리고 다이어트의 상태에 따라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것 또한 매력이다.

- 보디빌더로서 강점은.

어렸을 때는 말라깽이였다. 하지만 10년 넘게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정신과 꾸준함 때문이었다. 2011년에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현재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WBFF의 세계챔피언이 되기 위해 2014년부터 직접 해외로 나가 외국 생활을 하며 총 7번의 세계무대에 도전한 끝에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정신 때문에 가능했다.

- 수상 경력이 궁금하다.

2011년에 머슬마니아 국내대회에 출전해 스포츠모델 3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국 뷰티바디 선발대회’에서 처음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2년에는 ‘2012 WBFF KOREA’에서 피트니스모델 부문 프로카드를 획득했다. 2013년에는 머슬마니아 국내대회에서 스포츠모델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같은 해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 출전해 톱6에 올랐다. 2014년에 처음으로 WBFF 국제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에는 ‘CANADA OPA’ 피지크 부문 4위와 ‘2015 WBFF NORTH AMERICA CHAMPIONSHIP’ 피트니스모델 프로전 2위 그리고 ‘2015 WBFF WORLDS’ 피트니스모델 프로 부문 톱4에 올랐다. 2016년에는 ‘2016 WBFF NORTH AMERICA CHAMPIONSHIP’ 피트니스모델 프로 부문에 출전해 동양인 최초로 1위를 기록했다. 또한 ‘2016 WBFF WORLDS’에서 피트니스모델 프로 부문 톱4에 올랐다. 2017년에도 ‘2017 WBFF WORLDS’ 피트니스모델 프로 부문 톱4에 올랐다. 2017년에는 WBFF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2018 WBFF WORLDS’에서 동양인 최초로 피트니스모델 프로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운동이 지루할 때 이겨내는 방법은.

트레이너를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린다. 그때는 지금보다 트레이너란 직업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인정을 받기 위해 정말 큰 노력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운동을 배우러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계시고,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다짐한다.

- 새해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무대로 복귀하면서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다. 유튜브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게 목표다. 선수로는 스포츠모델 이외의 종목에 도전을 해보는 것도 목표이자 선수로서 제2막의 시작이 될 거 같다.

- 취미는.

비시즌에는 가끔 친한 사람들과 적당한 음주도 즐기는 편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어져서 보통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혼자 서울 근교에 드라이브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 트레이너로서 꿈꾸는 것은.

체육관 운영이나 관리보다는 현장에서 꾸준히 회원과 선수들을 가르치는 실력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대회에 나가고 싶은 선수들이나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운동부터 포징 그리고 그 외의 준비과정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전문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도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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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피부가 20대처럼 매끈하다.

이제는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피부과는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꼭 가는 편이고 눈썹이나 두피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 관리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거창하게 큰돈을 들여서 시작하면 오래 하지 못하고 부담되기 때문에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이나 두피 상태에 맞는 샴푸를 잘 선택해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닉네임은.

‘재성합니다’가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웃음)

- 좋아하는 문구는.

‘Slow and Steady’(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트레이너로서, 선수로서 항상 묵묵히 꾸준하게 오래 활동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사랑하는 법, 표현하는 법 그리고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모든 일에 성실하게 임하면 무엇이든 안 될 게 없다는 걸 부모님으로부터 배웠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내가 하는 일에 항상 응원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하다.

- 선수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14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FF에 참가했을 때 영어로 된 타임테이블을 잘못 이해해 예비 심사에 올라가지 못한 해프닝이 있었다. 1년 동안 준비한 대회를 그렇게 망쳐버린 게 너무 화가 났지만, 다행히 협회 측의 배려로 감점이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WBFF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다. 5년 동안 도전한 타이틀이었고 2015, 2016, 2017년은 3년 연속 4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국 선수들과의 갭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출전할 때마다 절박한 마음으로 ‘다음 대회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우승했을 때는 그냥 기쁨의 눈물만 나왔다. 처음에는 외국의 유명잡지에서 보던 유명한 선수들을 실제로 본 것만으로 신기하고, 같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점차 격차가 좁혀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대회에 나를 보러 온 외국 팬들도 생겨서 뿌듯하다. (웃음)

- 보디빌딩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첫 피트니스 대회가 29살 때였고 외국의 유명 대회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캐나다로 유학을 하러 간 게 31살이었다.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 가끔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계속 활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순간들도 있지만 도전하는 내 모습이 있었기에 앞으로 10년, 20년이 더 탄탄해질 거로 생각한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