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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기술위원회 구성에 골몰하고 있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제19회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을 위해서다.
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는 지난해 12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각 팀 3년차 이하 만 24세 이하로 팀당 최대 3명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리그 중단은 없고, 나이와 경력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세 명으로 전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KBO 고위 관계자는 “일단 기술위원장을 선임한 뒤 기술위원회를 구성해야 대표팀 선발에 관한 내용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달 중 기술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구상만 있을 뿐 구체화한 게 아직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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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이하, 3년차 이하 선수로 가닥을 잡자 각 팀도 계산기 두드리기 시작했다. 9월이면 정규시즌 막판 순위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인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일부 팀은 투타 주축 선수가 차출될 가능성도 있다. 금메달 획득으로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순위경쟁에서 밀리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점에서 구단은 부담을 느낀다. 10개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아시안게임을 굳이 프로 선수로 꾸려야 하는가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일본은 사무라이 제팬과 별개로 사회인 선수로 대표팀을 꾸린다. 대만이 최정예 멤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이 동참할 필요가 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국제경쟁력이 KBO리그 흥행과 직결된다는 것이 이 전까지 정예멤버로 대표팀을 꾸리는 명분이었는데, 지난 대회이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명분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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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에 3연속 금메달을 안긴 선동열 전 감독은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 세리머니도 할 수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국가대표 전임감독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폄훼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이 여파는 도쿄올림픽 실패로 이어졌고, 매번 선수 발탁 논란이 제기됐다.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부터는 유망주에게 국제경험을 쌓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축된 아마야구 활성화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고교, 대학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자는 목소리다. 와일드카드 세 명을 24세 이하 3년차 미만 프로 선수들로 구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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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도 굳이 프로 감독 출신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팀 감독 자격 요건은 ‘5년 이상 지도자 경력을 갖고 있거나 체육관련 박사학위 소지자, 2년 이상 국가대표 선수 경력이 있거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경험이 있는 야구 전문스포츠지도자 2급 이상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다. 기준에 ‘프로 지도자 경력’이라는 조항이 없으니,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진도 국제경험을 쌓도록 배려하는 게 낫다.
프로는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이나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이 있지만, 아마추어는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 KBO리그를 대표할 예비스타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시안게임만큼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아마추어팀으로 꾸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팀이라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망언은 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