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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야구에 봄이 찾아왔다. 적어도 인천은 야구 열기가 이미 여름이다.
KBO리그 역대 공동 2위 기록인 개막 8연승을 질주한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휴일인데도 1만 7849명이 운집했다. 내야 관중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외야도 꽤 많은 팬이 화창한 휴일 오후를 즐겼다. 양 팀의 시즌 첫 대결이자 SSG 홈 개막전으로 열린 8일 1만 5615명이 들어차 당일 최다관중을 기록하더니 김광현의 복귀전이 열린 9일에는 시즌 첫 2만관중(2만 1005명)이 들어차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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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관중이 들어오는 10일에도 1만7800여명이 문학구장을 찾아, 사흘 동안 5만 4469명이 찾았다. 경기당 평균 1만 8156명 수준이라, 이 수치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인천 야구 사상 최초로 홈 관중 130만명을 돌파(130만 7256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0년대 중반까지 불모지에 가깝던 인천 프로야구는 SK가 왕조를 구축한 직후인 2012년 106만 9929명(경기당 평균 1만 6211명)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에도 103만 7211명(경기당 평균 1만 4406명)이 찾았으니, 홈 관중 130만명 돌파도 꿈은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관중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당연하다고 여긴 게 소중함을 잊게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관중 없이 시즌을 치러보니 이른바 생활소음까지도 그리웠다. 욕설을 하거나, 난투극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프로야구가 열리는 구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함성, 탄식을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응원단 구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국형 응원문화는 세계적인 콘텐츠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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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승부가 갈려 경기 후반부에는 관중석을 둘러봤다. 문학구장의 자랑인 ‘빅보드’를 기준으로 왼쪽(3루쪽)과 오른쪽의 온도차는 극명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팬이 제법 많았다. “다음에는 KIA가 이길거야” “이제 LG전인데, 연승이 중단될 위기다” 등의 대화가 들렸다. 크게 실망한 팬도, ‘승요’가 됐다며 기뻐한 팬도 다음 경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인천에 찾아온 봄은 곧 전국으로 확산할 기세다. 어렵게 찾은 야구의 봄은 다름 아닌 야구인들이 지켜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요기 베라의 격언을 그라운드 위에서 몸소 증명해야 한다. 느슨하거나 생각없는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곤란하다. 승패를 떠나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를 악물고 뛰는 열정에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봄이 여름이 되고, 태풍이 불고, 가을잔치를 성대하게 하려면 팬 한 명의 소중함을 그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두는 선수들의 정신이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