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어디까지나 상상의 나래를 펴다 나온 아이디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닌, 구단주 의지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상상의 나래를 더 확장하면, 아시아 야구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야구계의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창단한 SSG는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의 광폭 행보를 등에 업고 시즌 초반 흥행의 중심에 섰다. 창단 해에 추신수(40)를 데려와 야구팬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올해는 김광현(34)을 복귀시켰다. 빅리그 통산 90승을 따낸 이반 노바(35)까지 영입해 메이저리그(MLB) 색채를 강하게 띤 팀으로 탈바꿈했다. 유니폼도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로 MLB에 새로은 바람몰이를 한 LA에이절스와 똑같이 디자인해 창단 2년 만에 뚜렷한 정체성을 다졌다.
|
뿐만 아니다. 정 구단주는 아마추어 대회 지원은 물론 지난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시구로 홈팬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 8일 문학 KIA전에 이은 올시즌 두 번째 야구장 방문. 다른 구단도 한국시리즈 등 특별한 날에 구단주가 방문하는 경우는 있지만, 정 구단주처럼 떠들썩하게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구단주가 직접 야구를 즐기는 모습은, 어쨌든 KBO리그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정 구단주의 광폭 행보를 보며, 문득 ‘유통라이벌’ 롯데가 떠올랐다. 롯데도 올봄에는 래리 서튼 감독의 용병술 아래 한동희 조세진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발판 삼아 18일 현재 승패마진 플러스 1로 선전 중이다. ‘KBO리그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올해, 그 어떤 팀보다 롯데와 KIA의 약진이 필요하다. 부산과 광주에 구름관중이 몰리면, 그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한다. 군사정권 말기인 1992년 이후 3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지 못한 ‘원년 멤버’ 롯데는 그래서 더 절실하게 ‘세상에 없던 야구’를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
일본프로야구(NPB)는 괴물 투수의 등장으로 떠들썩하다. 이미 MLB에서도 구애공세를 시작했다. 지바 롯데 사사키 로키(21)가 그 주인공인데, 지난 10일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NPB 최연소(20세 5개월)이자 28년 만에 탄생한 16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사사키는 지난 17일 같은 구장에서 치른 니혼햄전에서 8이닝 퍼펙트로 17연속이닝 퍼펙트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웠다. 그가 몸담고 있는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와 형제 구단이라는 점이 새삼 놀랍다.
한일 롯데는 1990년대 중반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자이언츠가 2000년대 초반 사용한 엠블럼은 마린스와 같았고, 마스코트는 여전히 똑같다. 구단주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일본에 프로야구단을 보유한 구단주다. 두 팀 모두 10년 이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팬들의 열정만큼은 가히 전국구라 부를 만하다. 큰 사랑을 받는 팀이 수십년 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것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일본과 한국의 조직문화 특징 중 하나가 ‘톱다운방식’이다. 구단주 의지에 따라 한·일 롯데는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로 함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순환 코치제도, 선수 육성 시스템 공유 등 활용할 요소가 많다. 어쨌든 일본야구는 한국보다는 한 수 위다. 한일 양국의 시스템 교류로 ‘아시아인에 가장 적합한 육성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면, 아시아 스탠다드가 될 수도 있다. ‘구단주 찬스’는 외형적인 퍼포먼스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의 싸움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