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정말 더워서일까.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오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는 사양한다. 공식기록원과 심판위원은 실수해서는 안되는 자리다. 리그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위치여서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올해 KBO리그는 기록과 판정 오류가 꽤 많다. 기상청 예보처럼, 가끔 틀리는 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상청은 예측값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늘의 뜻을 컴퓨터나 사람이 100%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록과 판정은 일어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시하는 일이다. 오류가 생기면 혼란이 야기된다.
기록위원회는 최근 두산 퓨처스리그에서 강원진이 장원준으로 기재돼 홍역을 치렀다. 같은 왼손에 체형도 비슷해 헷갈렸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중계도 없고, 전광판에도 최소한의 정보만 표출하는 퓨처스리그 현실을 고려해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등은 타자나 투수가 들어설 때 이름과 유니폼 넘버를 함께 부른다. 관중뿐만 아니라 심판과 기록원이 선수를 정확히 인지하라는 차원에서다. KBO리그에서 선수 유니폼 넘버를 함께 부르는 구장은 없다. 비용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
기록 오류는 1군 경기에서도 종종 보인다. 선수 이름 오기는 물론, 기록 누락도 있다. 1이닝 1실점한 구원투수가 공식기록지에는 무실점 표시된 사례도 있고, 4타수 3안타 3타점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갈무리되기도 한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공식기록지와 전산상 기록을 비교할 때 어느쪽을 신뢰할지는 KBO가 더 잘 안다.
KBO는 연속경기출장 등 기록을 정정할 때 “전산상 기록에 공식기록지를 하나하나 대조해 찾아낸 오류”라고 설명한다. 경기 후 기록오류를 찾아 정정한 뒤 KBO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기를 100% 잡아낸다는 보장은 없다.
판정 오류는 더 잦다. 명백히 스트라이크존(S존)을 통과한 공을 놓치는 경우는 애교 수준이다. 타자 무릎 아래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싱커 등에 스트라이크콜을 외치는 심판이 꽤 있다. 몇몇 저연차 심판들은 잠수함 투수가 등판하면 포수 미트 위치로 볼 판정한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같은 경기, 같은 투수인데도 S존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잦다. S존은 심판 성향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경기 도중 변하는 것은 곤란하다. ‘S존 정상화’를 부르짖으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읍소하는 것과 다른 문제다.
|
스윙 여부를 주심이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애매하면 1, 3루심에게 묻는 게 정확성을 높이는 일이다. 심판 권위는 정확한 판정을 할 때 생긴다. 항의하면 ‘권위에 도전한다’는 식으로 “퇴장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신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규칙 적용을 제때 못해 혼란을 일으키는 장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강판했던 투수가 재등판하고, 페어를 파울로 판정하는 등의 실수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한 언행을 한 선수는 퇴장과 출장정지, 벌금 등의 제재를 받는다.
기록과 판정 오류, 규칙적용 미숙 등으로 혼란을 야기한 심판과 기록원은 경고 정도에 그친다. 실수가 잦으면 실력이다. 불신은 갈등을 촉발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