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삼진 당한 정훈 \'판정이 이상한데\'
롯데 정훈이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4회초 2사1,2루 삼진아웃을 당한 후 판정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액션피치컷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입술 한 번 꾹 다물고 넘어간다.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한 우려이기도, 폭염에 함께 고생하는 동업자 정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유의 권한이라고 해도 기준은 필요하다. 편차가 심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규칙대로’를 외친 스트라이크존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투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차원으로 스트라이크존(S존) 정상화를 선언했다. 시즌 전 허운 심판위원장이 미디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행착오는 불보듯 뻔하니 ‘볼 판정에 항의하면 무조건 퇴장’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헬멧이나 방망이를 집어 던지거나 험한 말을 하면 거침없이 퇴장 명령을 내렸다. 몇몇 감독이 “판정을 감정적으로 하지 말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참는 쪽을 택한다.

8회초 볼판정에 어필하는 푸이그[포토]
푸이그가 12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SSG랜더스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에서 볼판정에 어필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폭염에 세 시간 이상 선채로 볼 판정을 한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판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다. 열심히 하려다 한 번씩 실수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도 모양새가 안좋다. 고유권한이니, 양팀에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각 팀 감독이 밝힌 ‘심판을 위한 변’이다.

한 경기에 평균 300개가량 볼 판정을 하는데 오류가 10개 미만이라면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그 10개가 어떤 공인지다. 공 한 개로 흐름이 바뀐다는 건 선수단 못지않게 심판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공 하나로 흐름이 바뀌는 빈도가 잦다. 한 경기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KBO리그는 연속성을 갖는다. 한 경기 흐름 변화로 마운드 운용이 달라진다. 화요일 경기에 변수가 생기면, 일요일 경기에 영향을 끼친다. 연승연패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공 하나가 그래서 중요하다.

\'내 실수 인정!\' 이계성 구심[포토]
이계성 구심이 14일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SSG랜더스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 7회초 2사 1,2루 김준완을 삼진아웃선언을 했지만 볼카운트 착각한 것을 알고 미안해 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심판진의 말못할 고충도 있다. 퓨처스리그를 포함하면 하루 9경기가 열린다. 퓨처스리그도 5인 1조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45명의 심판이 필요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등록한 심판은 위원장을 포함해 54명. 이 중 베테랑 심판 두 명이 직을 내려놓았고, 11명은 1군 경험이 전무하다. 퓨처스리그는 3심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잠시 직을 내려둔 심판이 임시로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일정 수준의 기량을 증명해야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고, 이들 중에서도 검증을 통해 주심 중책을 맡는 게 기본 체계다. 성장은 더디고 인력은 부족하니, 검증이 덜 됐거나 기량은 부족하지만 경험을 쌓은 심판이 볼 판정을 해야하는 상황도 있다.

인력난은 심판위원회뿐만 아니라 기록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공식기록지 오기나 기록정정 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발견되면, 위원장이 그라운드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숫자만 채운다고 운영이 되는 직군이 아니라는 뜻이다.

[포토] 터크먼-수베로 감독 \'판정이 이상해\'
한화 터크먼이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 6회말 삼진아웃 후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수베로 감독.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렇더라도 S존이 천차만별인 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지난 2,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키움전은 두 경기 S존이 크게 차이났다. 같은 기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한화전에서는 혀를 내두르고 쌍심지를 켜는 타자들이 속출했다. 던지는 투수도, 치는 타자도 모두 납득하지 못한다면, S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고유권한이고, 개인차가 있다’는 고압적인 말로 뭉갤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동 볼판정이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기계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라운드에 네다섯 명의 심판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확대해석하면 심판의 생존 문제로 귀결된다. 고유권한보다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해서는 곤란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