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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어? 나 지각이야?”
‘짐승’ 김강민(40·SSG)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강민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를 앞두고 타격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마운드 주변에 코치진과 선수들이 볼을 줍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지각이야?”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SSG는 전날 4시간 44분간 우중혈투를 치렀다. 추신수와 하재훈 등은 일찌감치 나와 훈련했지만, 대부분 베테랑들은 자체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젊은 야수들은 오후 2시 15분께 타격훈련이 끝났고, 그라운드 이곳저곳에 흩어진 볼을 모았다. 김강민은 오후 2시 17분에 더그아웃에 등장했으니, 훈련이 끝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셈이다.
볼을 줍던 SSG 이진영 타격코치가 “훈련 끝났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김강민은 “오늘 스타팅(선발 출장)이어서 마지막조로 타격하려했다. 2분 늦었는데 벌써 끝났느냐”고 받아쳤다. 일반적으로는 정해놓은 훈련 시간이 끝나도 몇몇 선수가 엑스트라 훈련을 하기 때문에 베팅케이지가 열려있다. 그러나 이날은 이번주에만 세 차례 연장혈투를 펼친 탓에 컨디셔닝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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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참이 배트를 들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지 이 코치가 나섰다. 이 코치는 “왕고(최선참)가 훈련하겠다는데 도와줘야지”라며 배팅케이지를 다시 열었다. 김강민의 타구 파열음이 고요한 문학구장에 울려퍼졌다.
SSG 김원형 감독은 “불혹을 넘긴 야수가 여전한 경기력으로 후배들을 끌어주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최연소 2000경기 출장기록을 세운 (최)정이보다 지표 성적은 떨어지지만, 몸관리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지난해부터 주로 백업으로 뛰고 있는데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 희생정신 등은 후배이지만 존경할 만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7회말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짐승’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