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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야구 소식이 아니다. 야구단을 소유한 기업이 신개념 복합쇼핑몰을 건립하겠다는 얘기다. 주 목적은 쇼핑과 숙박, 공연관람 등인데 ‘야구도 할 수 있다’는 정도다. 유통가에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제시한 셈이어서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4일 인천광역시와 손잡고 청라국제도시 내 건립할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돔 형태의 구조물을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돔구장’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돼 서울 고척스카이돔 같은 야구전용 구장을 떠올릴 법한데 그룹이 밝힌 내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전용구장이 아니다. 그룹이 스포츠계보다 산업·유통계의 관심과 지지를 기대하는 이유다.
신세계그룹이 산업계에 전한 보도자료에는 ‘프로야구 144경기 중 홈에서는 72경기만 진행되는 점을 감안, 야구가 열리지 않는 293일에도 인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관람관으로 조성한다’고 명시했다. 케이팝 공연이나 해외 유명 아티스트 공연, e스포츠 국제대회 개최 등 야구전용 구장으로 건립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룹이 야구단에는 귀띔만 해주고 “(아직은) 구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얘기”라고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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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청라는 복합문화공간이지 야구전용구장이 아니다. ‘스타필드 청라에 가면 덤으로 야구 관람도 가능하다’는 게 신세계그룹 측이 세운 논리다. 복합 쇼핑몰 안에 들어가는 야구장은 체육시설이 아닌 관람시설로 분류해야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실제로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체육시설 설치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명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들이 스포츠단을 운영하면서도 구장을 임대형태로 사용하는 이유다. 인허가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인천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해 건설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야구단은 ‘돈만쓰는 애물단지 신세’다. 우승을 밥먹듯해도 기업 살림엔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일부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야구단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익창출에 노력하는 것을 마뜩찮게 바라보기도 한다. 여기저기 눈칫밥 먹는 신세다. 그러나 기업이 구장을 직접 운영하면, 눈칫밥 안먹어도 된다. 덤으로 얹어주는 신세여도 감지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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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야구계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도야 어쨌든 기업이 의지를 갖고 최신식 구장을 제공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목적 야구장 건립을 반대할 명분도 없다. 야구단을 소유한 기업이 이왕이면 대중의 관심을 끌어 돈을 많이 버는 게 좋다. 유통산업이든 스포츠산업이든, 좋은 환경에서 야구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야구를 포함한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현실이다.
다목적 대형 공연장은 유통·공연·전시 산업계가 주목할 일이다. 그러니까 ‘야구계는 조용히 지켜보면서 스타필드 청라에서 야구할 날만 기다리면 된다’는 게 그룹 입장인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