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엘리트 스포츠 살리기에 나선다고 한다. 문체부는 지난 29일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 밖으로 내몰린 학생선수를 구제할 방법을 찾는다. 대한체육회를 위시한 체육단체에 의견을 구해 학교체육 정상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기본적으로 바른 방침이다. 모든 학생선수가 직업선수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장 밖으로 내몰리는 이들을 구제할 방법도 함께 찾는 게 맞다. 하지만 학습권 보장을 우선 순위로 두고, 학생선수의 훈련권을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생선수에게 충분한 훈련권과 경기 출전권을 보장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공정이다. 운동을 포기하더라도, 해당 종목 또는 스포츠 산업 쪽에서 일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야구선수는 미적분을 외우는 것보다 운동역학이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쪽이 더 많은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학교 운동부 경력이 대학 진학에 가산점이 되는 입시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교실 대신 운동장을 선택한 학생들은 자신이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
정부 정책과 별개로 스포츠계가 노력해야 할 것들도 있다. 특히 KBO리그는 갈수록 좁아지는 인력풀을 늘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학생수 감소로 이미 몇몇 중학교 야구부는 클럽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선수수급, 예산 등의 문제로 야구부를 해체하는 곳도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당장 10, 20년 후에는 KBO리그 엔트리 상당수를 외국인 선수로 채워야 할 수도 있다.
연령별 국가대표를 선발해 기본기를 다지게 하자는 주장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을 프로가 직접 관리하자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가칭 야구센터 설립을 통해 야구 인프라를 한 곳에 모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를 광역지자체별로 따로 꾸려 운영하는 방안이나, 학생선수들의 부상예방을 위한 찾아가는 부상방지 클리닉 등을 기획 중이다. 소수여도 프로에서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 관리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욕심을 더 내자면, 교포를 중심으로 한 해외 인력풀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태어난 한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를 알리고, KBO리거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물론 트라이아웃 등 문호가 열려있기는 하다. 이케빈(삼성) 김건형(KT) 안권수(두산) 등은 트라이아웃을 거쳐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들이다.
범위를 확장해 한국계 혼혈 선수들도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어떨가. 프로농구가 남녀 모두 혼혈선수 특별드래프트 제도를 채택했던 것도 얕은 풀을 고려한 조치였다. 전태풍(전 전주 KCC) 김민수(전 서울 SK) 등은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라건아는 특별귀화로 농구 대표팀 주전 센터로 활약 중이다. “야구는 괜찮아”라고 애써 외면하기에는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선수노조와 함께 11월 한국 투어를 기획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야구 저변 확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수 수급 시장 개척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