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죽음을 운명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을 꿈꿨다. 죽지 않는 신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그 답이 ‘그리스 로마신화’에 들어있다.

영원한 현역 만화가 이현세 작가가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로 스포츠서울 만화 지면을 빛낸다.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현세 작가가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총 10권으로 담아낸 단행본(녹색지팡이) 작품으로 스포츠서울 독자들을 위해 오는 20일부터 매일 앙코르 연재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개포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현세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그림은 누구도 다시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에서 최선을 다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의 완성도 면에서 가장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고 아름다운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열쇠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이현세 작가는 “운명에 대한 인간의 도전 기록”이라고 평했다.

“신들은 어떤 경우에도 안 죽는다. 인간이 신에 대항하고 서로 부딪혀 인간은 돌로 변하고 나무로 변하고 먼지로 변하지만 신들은 절대 안 죽는다. 여기에 나오는 신은 운명의 신, 죽음의 신, 행복의 신, 결혼의 신 이런 식이다. 인간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생로병사와 운명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은 운명이 오는 걸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는 것이 이현세 작가의 설명이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것. 거부하면 삶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 한정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며 날마다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

이현세 작가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렇게 해석한다. “인간은 100년까지밖에 못 산다. 하지만 100년을 사는 동안에는 아름답고 멋지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제일 마음이 가는 신은 프로메테우스와 해라클래스다. 두 캐릭터 모두 도전, 용기, 희망, 인내의 상징같아서다.

올 한 해는 이현세 작가에게 아주 특별했다. 대표작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40주년을 맞은 해였기 때문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3년에 첫연재를 시작해 우리 만화계는 물론 문화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40주년을 맞아 올해 이 작품으로 NFT를 발행했고, 게임으로도 컬래보를 진행했다.

40년 넘게 꾸준히 정상의 만화가 자리를 지켜온 이현세 작가는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 40년인데 하루도 안 쉬고 작품을 계속해왔다. 아직도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창작하고 있는 작품은 곽경택 감독과 함께 만드는 누아르 장르 웹툰 ‘명품시대’(가제)다. 곽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이현세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 내년 초 웹툰이 플랫폼을 통해 먼저 공개되고 이어 곽 감독이 드라마로 만들어 OTT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당신은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보다 더 만화를 사랑하고 나보다 더 만화를 열심히 그린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는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그리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죽는 날까지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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