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역대급 폭염에도 야구 열기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으면서 최초 1000만 관중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21세기 두 번째 르네상스와 마주한 한국 야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8월이 특히 그랬다. 야외에 서 있기조차 힘든 날씨에도 팬들은 쉬지 않고 야구장을 찾았다. 그 결과 역대 8월 최고 관중 수를 달성했다. 119경기에 총 183만405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평균 1만5412명으로 3월 1만5529명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매일 폭염 주의보였다. 야외 활동을 피해야 했다. 당연히 관중 수가 줄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8월에 더 뜨거워진 야구장 열기로 불가능이었던 1000만 관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마냥 축포를 쏠 수는 없다. 야구장에 입장하기 전 관중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야구장 주위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

잠실구장을 찾은 야구팬 대다수는 아예 지하철역에 앉아있다. 주말 경기 예매 전쟁에서 승리해 당당히 야구장을 찾았는데 야구장에 입장하는 2시간 전까지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야구장에 자리한 카페와 음식점의 규모도 크지 않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이 종합운동장역 중앙에 자리한 벤치다. 그런데 이 공간도 그다지 넓지 않다.

창원NC파크는 한결 낫다. 주위에 대형 마트 등 산업 시설이 가득하며 야구장 안에 상시 운영되는 카페도 있다. 그런데도 올해 유독 뜨거운 야구 열기를 담기에는 부족하다.

NC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 내 카페의 경우 야구하는 날은 그야말로 미어터진다. 야구 시간 4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이전부터 구단과 협업해 카페에서 선수단 훈련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이 일찍 야구장을 찾아 카페에서 시원하게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신다”고 말했다.

KIA도 올해 비슷한 해답을 찾았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내에 공실이었던 곳을 카페로 활용했다. 면적 800평으로 야구장 내 입점한 카페 중 최고 규모다. 하지만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공간이 남아나지 않는다.

KIA 구단 관계자는 “야구하는 날에는 자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번 여름이 정말 더웠으니까. 팬분들이 카페에서 기다리시다가 야구장에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더라”며 “공실을 잘 활용하기는 했는데 규모가 더 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심재학 단장 또한 “야구 시작 4, 5시간 전부터 정말 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아주신다. 그런데 이 더위에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 밖에 계신 모습을 보면 정말 죄송스럽다”며 “앞으로 구장 내외 인프라가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구장 내 카페가 호황인데 이런 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 실적을 초과한 지 오래다. 이른바 빅마켓 구단의 경우 티켓 판매뿐이 아닌 구단 용품 판매 매출도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치솟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화 콘텐츠는 냄비처럼 뜨겁다가 순식간에 식는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야구장이 남녀노소 모두 선호하는 장소가 되어야 1000만 관중도 연속성을 지닌다. 야구장이 한여름 더위에 맞서는 장소가 아닌, 더위를 피하면서 야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됐을 때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