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박도현·김건우, 2024시즌 한왕호·유환중 영입에 아낌없는 투자

한화생명, 2018년 락스 타이거즈 인수 후 6년 만에 첫 ‘우승’

[스포츠서울 | 경주=김민규 기자] 한화그룹이 운영 중인 스포츠 구단의 멈췄던 ‘우승’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가 1999년 한국시리즈(KS) 제패 이후 25년 만이다. 간절했던 우승 한(恨)을 한화생명e스포츠가 마침내 풀었다. 그 바통을 이글스가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생명은 8일 경주시 황성공원의 경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젠지와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패·패·승·승’을 찍으며 3-2로 승리했다.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전문가 예측에서 10명 중 1명만이 우승을 점쳤다. ‘폭주전차’는 외로운 전투 속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불꽃’을 피어냈다. 눈물과 감동이 가득한 역전 드라마였다.

언제든 ‘우승’ 저력이 있는 팀이라 했다. 연봉 총합만 ‘100억원’이 넘는 슈퍼팀이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숱한 좌절을 맛봤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2018년 한화생명이 락스 타이거즈를 인수, 한화생명e스포츠로 다시 태어난지 6년 만이다.

그 이면에는 모기업 한화그룹의 아낌없는 투자 덕분이다. 한때는 선수 ‘육성’에 기조를 두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1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무대를 밟아 ‘8강’에 올랐지만 그 뿐이다. 2022·2023년에는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바이퍼’ 박도현, ‘제카’ 김건우 등 롤드컵 우승 멤버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2% 부족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LCK 우승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 정글러 ‘피넛’ 한왕호에 이어 ‘딜라이트’ 유환중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LCK 스프링 정규리그에서 15승3패를 기록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 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유의미한 성과였다. 이번 서머 정규리그에서는 더 단단한 경기력으로 14승4패를 적어 2위로 PO 2라운드에 직행했다. 결승진출전에서 ‘난적’ T1을 꺾은 한화생명은 LCK 최초 5연속 우승을 노리던 ‘최강’ 젠지를 상대로 승리,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인수 창단 후 첫 우승 쾌거다. 지난해 ‘오렌지 전차’에 탑승한 김건우가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MVP가 당연했다. 한화생명의 확실한 투자가 만든 결과였다.

이제 KBO리그로 시선이 향한다. 한화그룹이 운영 중인 또 하나의 스포츠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가을야구를 향해 치열한 ‘5위 다툼’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구단주 김승연 회장이 수차례 직접 경기 관람을 할 정도로 애정이 남다르다.

현재(9일 기준) 한화는 7위(60승2무66패)다. 5위 KT(64승2무65패)와는 2.5경기 차다. 정규시즌 16경기 남았다. 아직은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8년이다. 한화생명을 인수, 창단한 해다. 이글스도 못할 이유가 없다. 한화생명이 움직인 ‘우승’ 시계를 이어 받아 이글스가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