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저는 제 영화를 ‘상업영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중영화’라고 해요.”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 언론시사회에서 다소 생경한 말을 했다. 취지는 이렇다. 음악, 뮤지컬 등 타 대중문화 예술엔 ‘상업’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왜 유독 영화에만 붙이냐는 것이다.
깊은 얘긴 지난 11일 라운드 인터뷰에서 나왔다. 류 감독은 “나는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돈 벌려고 했으면 ‘베테랑2’를 (진작에) 더 일찍 만들어야 했다. 이렇게 스턴트 장면을 많이 펼쳐서 안 해도 된다”고 일갈했다.
“성공한 시리즈기 때문에 광수대 세트 하나 만들어서 그 안에서 ‘우당탕’ 하는 스토리만 만들어도 돈은 계속 벌 수 있을 거예요.”
영화를 ‘상업’이란 딱지로 격하하지 말아달라 정중한 항의다. 칸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베테랑2’이기에 더 애착이 남달랐는지 모른다.
“제가 농담처럼 말씀드리는 게 그럼 제가 만든 ‘밀수’(2023)는 어업 영화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든) ‘오펜하이머’는 공업 영화계요?”
‘질문’을 던졌다. 류 감독은 “연출부에 ‘너희 통장에 100억 원이 꽂히면 건물을 살래, 영화를 만들래’하고 물었다”며 “그러자 건물을 사서 나오는 임대료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더라. 솔직히 나는 건물 살 거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성공이 불확실한 게 영화다. 동시에 투자를 받는 예술이기에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른다. 류 감독은 “120페이지 분량 시나리오를 120억 투자받아서 만들면, 시나리오 한 페이지에 1억 원이다. 이런 산업이 없다”며 “지금 당장 전철역 지나가는 사람 지갑에서 영화 푯값 1만 5000원 가져오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회사에서 작업하는 사람들,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오타, 비문, 띄어쓰기부터 본다”며 “활자도 통제를 못 하면서 무슨 현장에서 통제할 수 있냐고 한다. 우리가 실력과 재능이 부족할 순 있어도 자본에 대한 무게감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베테랑1’ 서도철(황정민 분)이 스쳐 지나갔다.
“손익 분기점을 넘겨서 다음 영화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건 기본이죠. 저는 영화라는 대중예술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영화감독은 예술가의 심장과 장사꾼의 머리 그리고 노동자의 손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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