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여러 시대에 어울려 살 수 있는 유럽. 대부분 고전 그대로 보존해 언제 어디서나 과거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낭만이 있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 도착하면 상상 그 이상의 정반대 모습에 당황하곤 한다. 순식간에 지갑을 낚아채 가는 집시, 고풍의 건물을 더럽힌 갖가지 낙서, 마찻길과 골목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는 담배꽁초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금연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유독 유럽은 남의 집 이야기를 듣는 반응이었다.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은 일상이다. 길을 걸으며 연기를 뿜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차역에서는 담배를 빌리러 다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자유로운 흡연은 조만간 제한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가 17일(현지 시간) ‘금연 환경에 대한 권고’ 개정안을 발표한 것. 이와 함께 EU 27개 전 회원국에 실외 흡연 금지 및 전자담배 규제를 권장했다.

이는 2009년 집행위가 금연 정책 권고안 개정을 내놓은 이후 15년 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요 실외 장소를 중심으로 금연 방침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놀이터·수영장 등 어린이들이 모이는 장소, 의료·교육시설 연결 구역, 대중교통 정류장 등이다.

특히 유럽에서 주된 간접흡연 노출 장소로 지목된 식당·술집의 야외테라스 등 서비스 시설에 집중적으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궐련형 가열 담배(HTP)를 포함한 전자담배 규제도 강화한다.

이미 벨기에 등 일부 회원국에서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EU가 직접 규제에 나선 건 사실상 처음이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청년층 사용률이 증가한 것을 우려해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집행위는 “전자담배 제품들이 종종 ‘금연 도구’라며 안전성과 유용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오해의 여지가 있는 주장으로 홍보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를 인용해 “(전자담배로 인한) 에어로졸 간접노출은 건강에 잠재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종 (전자담배) 제품 사용은 니콘틴 중독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EU 입법 종류 중 하나인 권고안은 각 회원국이 관련 정책을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