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2007)가 울려 퍼졌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14일 오후 5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국민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45년 만에 선포됐던 ‘12·3 계엄령’ 내란 사태는 이로써 12일 만에 막을 내렸다.
노래 ‘다시 만난 세계’는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노래가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불린 건 지난 2016년이었다.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불렀다. 학교 측의 단과대 설립계획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했다. 경찰 21개 중대가 학교에 투입됐다. 이들이 끌려 나가기 직전 부르며 회자됐다.
세월이 흘러 2024년 겨울, 이 노래는 다시 소환됐다. 계엄령 이후 까마득한 12일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벽’으로 가득했다. 노래는 상처입은 국민을 위로했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 눈 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국회의 빠른 대처로 계엄령이 곧바로 해제됐다. 끝이 아니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성립조차 되지 못했다. 여당이 집단적으로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다시 국회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울분 대신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분노로 가득했던 시위가 아니었다. 간절한 염원이 모인 축제였다.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고 또 불렀다. 응원봉을 흔들며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을 밝혔다. ‘특별한 기적’을 손 놓고 기다릴 수 없기에, ‘변치 않을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멈춰져 버린 이 시간’을 다시 흘러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어른들에게도 화제였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는 집회 영상을 틀었다. 직접 가사도 읽었다. 채 두 줄을 읽다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어른들이 잘못한 것을, 청년들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어른들이 헌법도 어기도 계엄군을 동원해서 사람을 생명을 도륙하려고 했던 그 분노, 살 떨리는 노여움까지 대한민국 청년들은 희망으로 승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 ‘다시 만난 세계’를 맞이하게 됐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