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디즈니는 역시 디즈니였다. 18일 개봉한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전작보다 한층 진화한 실사 영화(CGI) 기술력을 증명했다.

극사실주의적 디테일은 감탄을 자아낸다. 드넓은 초원을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사자, 물을 뿜는 코끼리, 무리 지어 뛰노는 각종 동물은 털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어린 무파사와 타카가 빌런 두목 키로스를 피해 계곡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은 카메라로 찍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물의 흐름, 방향, 세기, 물방울까지 섬세하고 유려하게 표현했다.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는 사바나의 왕 사자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 이야기다. 홍수로 부모와 헤어진 뒤 떠돌던 무파사가 사바나의 왕좌에 오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리퀄(전사를 다룬 속편) 작품이다. 진입장벽이 낮다. 전작 실사영화 ‘라이온 킹’(2019)이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을 몰라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열등감으로 출발한 공동체 파괴, 막아서는 정글의 왕”

왕이 되는 스토리가 가슴을 뛰게 만든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올바른 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극의 주된 서사는 ‘카파는 왜 무파사를 배신했느냐’다. 줄곧 왕위 수업을 받던 카파는 친구였던 무파사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시기하면서 키로스와 손을 잡고 마음먹는다.

‘무파사’는 상대적 박탈감을 정조준한다. 영화는 정확하게 4분의 3 지점에서 변곡점을 맞이하며 갈등이 증폭된다. “자기 동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슬프다. 그들이 다 미워진다”는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 대사는 비단 영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열등감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주제 의식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하는 디즈니다운 면모다.

“리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거듭나는 것”

무파사는 위기가 닥친 밀레레 절벽 위에서 앞에서 외친다. 기린, 얼룩말, 하마 등 수많은 초식동물들을 결집시킨다. “무파사만 내놓으라”는 키로스 요구에 이들은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파사를 위해, 밀레레를 위해 함께 뭉치자”고 외친다. 무파사가 키로스와 건곤일척을 건 싸움에서 승리한 뒤 “추방하라”는 모두의 요구를 물리며 타카를 품는다.

무파사는 자신이 밀레레의 왕이 되는 것을 주저한다. 자질을 고심한다. 라피키는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거듭나는 것”이라 말하자 기꺼이 받아들인다.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훌륭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주변 인물 역시 중요하다는 걸 ‘무파사’가 보여준다.

“사자를 통한 자연의 섭리”

영화는 자연의 섭리를 강조한다.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을 영화 곳곳에서 보여준다. 엄마를 찾은 무파사가 아빠의 행방을 묻자 “죽었다”는 말 대신 “이제 내 안에 살고 계셔”라고 말을 건넨다. 생명 순환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명징한 장면 중 하나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