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두바이=김용일 기자]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시내를 떠나 알 아인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니 거대한 ‘모래 폭풍’이 몰아쳤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첨단 시설로 눈을 사로잡는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벗어난지 2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왜 두바이를 ‘사막 위 인공도시’라고 부르는지 체감할 만하다.
삭막한 분위기의 사막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 들었을 때 웅장한 스타디움이 눈에 들어왔다. ‘더 세븐스 스타디움’. 지난 2008년 두바이 연고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운영하는 7인제 럭비 구단(에미레이트 두바이 럭비 세븐스)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완공한 더 세븐스 스타디움은 곳곳에 철골 구조가 노출돼 있었으나 내부 완성도는 높았다. 8개의 축구 및 럭비 겸용 구장과 6개 크리켓 구장, 테니스 코트, 체육관 등을 갖췄다. 주차장 규모만 1만5000여 대다.
특히 축구장과 럭비장을 겸하는 메인 스타디움은 최대 4만4000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축구 프리시즌엔 다수 클럽이 이곳에서 전지훈련하거나 평가전을 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후원하는 아스널(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AC밀란(이탈리아) 등도 이곳을 활용하곤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이 더 세븐스 스타디움에서 프리시즌 친선전을 벌인 적도 있다. 또 로드 스튜어트, 듀란듀란, 저스틴 비버 등 유명 뮤지션이 공연도 했다.
중동 특유의 양질의 잔디와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국 축구와 연도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둔 지난 2013년 A대표팀이 레바논과 최종 예선을 앞두고 이곳에서 전지훈련했다. 2017년엔 전북 현대가 두바이 전지훈련 때 평가전을 치렀다.
올해는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다. 지난 6일부터 두바이에서 새 시즌 대비 동계전지훈련을 시행 중인 울산은 이날 더 세븐스 스타디움에서 UAE 3부 클럽 프리시즌(Precision)과 30분씩 4쿼터 경기를 치렀다.
모래 사막 위 시설답게 조금만 바람이 불면 ‘모래 먼지’가 주변을 뒤덮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랬던가. 울산이 찾은 이날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김판곤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아랑곳 않고 온 힘을 다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다만 눈과 목이 따가운 건 피할 수 없었다. 취재진과 다수 관계자의 휴대전화, 노트북 등은 금세 모래 먼지가 묻어났다. 울산 관계자는 “전지훈련 기간 날씨가 계속 좋았다. 오늘처럼 이렇게 강하게 바람분 적이 없는데…”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두바이 스포츠 허브가 된 더 세븐스 스타디움. 뛰어난 시설만큼이나 환경 역시 ‘두바이스러운’ 스포츠 명소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