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형들이 치고박고 다투고 정신이 없을 때 도경수가 뭘 하나 봤더니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계획을 잘 세우고 묵직하게 추진하는 막내다. 앳된 얼굴 뒤에 야생의 모습을 봤다.” (나영석 PD)
2023년 10월 ‘콩 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이하 ‘콩콩팥팥’) 기자간담회 현장. 주요 출연진을 쏙 빼내 새로운 스핀오프를 만드는 것에 도가 튼 나영석 PD의 눈에 든 인물은 다름 아닌 도경수였다.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제 할 일에 집중하는 면이 눈에 들었다는 것이다.
나 PD는 자연친화적이면서 요리도 잘하는 도경수로 스핀오프를 만들었다. ‘콩 심은데 콩나고 밥 먹으면 밥심난다’(이하 ‘콩콩밥밥’)이다. 사실상 도경수의, 도경수에 의한, 도경수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이광수를 붙였다. 요리에 의지와 열정 없이 분량 만드는 데만 관심 있는 인물이다. 도경수를 놀리고 조롱하는 게 익숙한데, 결국 되로 받는 패턴이 이어진다. 마치 ‘톰과 제리’의 티키타카가 시종일관 펼쳐진다.
‘콩콩밥밥’은 ‘콩콩팥팥’에서 파생된 KKPP푸드라는 급식 업체를 만들어 약 4일간 구내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두 사람이 나 PD가 소속한 에그이즈커핑에서 4일간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는 점이다. “밥을 만들어 먹인다”는 나 PD 이전 작품의 결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새로운 그림과 재미는 차고 넘친다.
관계부터 흥미롭다. KKPP 대표는 이광수가 맡고 있어, 셰프 도경수보다 실질적 업무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늘 끌려다는 형국이다. 나이가 많고 서열이 높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몰아칠 수 없다보니, 눈치를 살살 보며 도경수와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형을 공격하는 건 조심스러워 하는 도경수는 참다 참다 분노하는 방식으로 분량을 만들고 있다. 탕후루에 집착해 40개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정리 정돈이 안 된 주방을 보면서도 “정리 좀 해라”라며 분개하는 지점도 웃음 포인트다. 요리는 도경수, 웃음은 이광수로 역할이 정확해 보기도 수월하다.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케미스트리에 센스 넘치는 에그이즈커밍 직원들의 리액션이 색다른 재미를 만든다. 음식은 맛있었으나 이에 고기가 낀다며 “이쑤시개를 준비해달라”는 피드백을 남긴 마케팅팀 직원 덕분에 새로운 이야기가 쌓이는 점이나, 이광수가 PD들이 제시한 게임에 이겨서 인턴을 받아들이는 대목도 ‘콩콩밥밥’만의 유머다.
몰아치는 큰 웃음은 없지만, 러닝타임 내내 미소를 머금은 채 보게 된다. 시간의 제약이 있다보니 풀버전은 유튜브로 돌려야 하지만, 본방송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준다. 시청률은 비록 하락세지만, 티빙 내에서 꾸준히 높은 랭킹을 기록 중이다. 구내식당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고 그 안에서 나오는 재미 역시 참신한 면이 있다. 인원도 늘리고 규모도 키운 뒤 에그이즈커밍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그림도 보고 싶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