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드라마 ‘보물섬’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완벽하게 시작해 성공적으로 끝났다. ‘보물섬’은 초반의 짜임새 있는 구도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견고하게 다졌다.

시청률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대중의 관심도 또한 매주 증가했다.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은 전국 15.4%, 순간 최고 시청률 17.9%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2025년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기록이다. 동 시간대와 2049 타깃 시청률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극 초반은 재벌 대산그룹의 어두운 내부 권력을 파헤치는 비선 실세 서동주(박형식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서동주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며 복수를 꿈꿨다. 동시에 대산그룹의 핵심 인물로 성장하며 내부 권력 구조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사랑과 배신, 정치적 음모와 비자금 조성, 계좌 해킹과 암살 시도 등 다양한 장르적 장치들이 교차했다. 회장 차강천(우현 분), 그의 딸과 사위들, 그룹을 조종하는 정치세력, 킹메이커 염장선(허준호 분)까지 다층적인 인물 관계망이 긴장감을 형성했다.

‘보물섬’ 스틸컷. 사진 | SBS

주인공들은 깊은 슬픔을 품고 어둠의 중심으로 향했다. 안팎의 위협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시청자들은 매회 숨을 죽였다. 배우들도 그 기대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보물섬’을 통해 가장 뚜렷하게 각인된 이름은 박형식이다. 서동주는 대산그룹의 비선 실세다. 욕망과 복수의 중심에 서 복잡한 서사를 이끌었다.

특히 사랑과 배신, 생존과 복수, 성공과 회한을 오가는 인물의 굴곡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누나의 죽음을 마주한 장면에서는 슬픔과 공허가 동시에 담긴 눈빛으로 안방극장을 가득채웠다.

허준호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킹메이커 염장선을 연기한 그는 그 자체로 ‘절대악’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구시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공안검사 출신의 차가운 이성과 욕망을 동시에 담아낸 눈빛은 매 장면을 압도했다.

박형식과 허준호의 투샷은 마치 칼날과 칼날이 맞붙는 듯한 긴장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 신경전은 극의 중심 축이자 ‘보물섬’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가장 견고한 지점이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감정선은 희미해지고, 복선은 흩어진다는 인상을 풍겼다. 구조는 유지했지만 긴장감은 이완됐다. ‘보물섬’의 몇몇 인물의 결말은 서사의 밀도를 쌓아올리기보단, 기능적으로 소모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SBS 드라마 ‘보물섬’. 사진 | SBS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배우들의 열연이다. ‘보물섬’의 결말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떠나는 서동주의 뒷모습, 여전히 남은 권력의 구도, 이어지는 욕망의 기류는 시즌2를 암시하는 복선으로 읽혔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놓친 떡밥들을 촘촘히 회수하고, 인물 간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쌓아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 배우들이 이 배의 키를 쥔다면 항해는 충분히 다시 떠날 만하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