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데뷔 5주년을 맞은 밴드 루시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더블 타이틀곡 ‘잠깨’와 ‘하마’를 담은 여섯 번째 미니앨범 ‘와장창’은 그 이름 그대로 기존의 틀을 깨뜨리고 나온 작품이다. 무언가를 깨부수고 새롭게 피워내려는 그들의 의지는 앨범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룹 루시 조원상은 “이전까지 루시 음악은 좋은 멜로디를 가진 악기들이 모여 사운드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양보를 많이 하는 절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와장창’은 멤버 신광일의 입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앨범이기도 하다. 신광일의 입대 이후 자연스럽게 기존의 루시와는 다른 결이 필요했다. 사운드 중심의 무게 이동, 보컬의 재배치, 감정선의 균형 조절까지. 조원상이 총괄한 프로듀싱 안에서 루시는 다시 한번 새로운 온도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엔 베이스와 킥이 있다. 먼저 신나야 다른 악기가 얹혀도 조화롭게 울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보컬 중심의 재편도 필요했다. 곡의 중심은 보컬 최상엽이 잡는다.

조원상은 두 사람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맞추는 게 집중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다. 다이내믹한 곡의 흐름을 상엽의 목소리 하나로 구축해야 했고 그만큼 보컬의 감정선은 넓어지고 깊어졌다.
앨범은 총 6곡으로 구성됐다. 더블 타이틀곡 ‘잠깨’와 ‘하마’를 필두로 ‘내가 더’, ‘뚝딱’, ‘미워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이유’, ‘bleu’까지. 루시는 수록곡까지 모두 타이틀급 완성도로 만들어내려 했다.
‘잠깨’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경쾌한 드럼 위에 올라탄 루시 특유의 청량한 곡이다. 후렴의 벨 사운드가 에너지를 증폭시키며 제목 그대로 청춘을 ‘깨우는’ 감각을 유도한다.
반면 ‘하마’는 더 실험적이다. 말의 리듬에서 출발한 이 곡은 ‘힙포’라는 단어가 ‘하마’가 되었고, 즉흥성과 유희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조원상은 “이지 리스닝의 대중성(잠깨)과 자극적인 대중성(하마)을 모두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 루시도 달라졌다. 루시는 최근 첫 공식 버스킹을 진행했다. 단 두 시간 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약 1,500명의 관객이 몰렸다. 신예찬은 무대 도중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지만 1분 만에 교체하고 연주를 이어갔다. “예전 버스킹에서 줄이 자주 끊어졌기 때문에 연습이 돼 있었다”는 그의 말은 경험과 집중이 쌓인 무대 위 태도를 보여준다.
라이브 공연 역시 매번 새롭게 구성한다. 루시는 관객의 첫 방문일 수도, 누군가의 열 번째 방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셋리스트를 매공연 새로 짠다. 신예찬은 “이번에도 공연장이 채워질까 불안했지만 다행히 매진됐다”고 밝혔다.
루시는 자신들을 ‘입문용 밴드’라고 말한다. 조원상은 “베테랑인데 옆집에 사는 형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입문만 하고 거쳐가면 서운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 안엔 분명한 자부심이 있다.
이 앨범은 현재 루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스스로의 음악을 부수고, 감정을 다시 쓰고 팀의 방향을 재정립한 끝에 만들어진 5년 차 밴드의 기록이자 재개다.
신예찬은 “‘와장창’앨범으로 ‘루시 스럽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사실 밴드에 바이올린이 들어가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다른 악기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조합하는 과정에서 루시만의 개성이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하마’에서도 바이올린 사운드가 조화와 반전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