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단순한 ‘갑질 폭로’로만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방송인과 사업가, 그리고 국민적 호감 인물이라는 삼중적 정체성이 충돌하면서, 그를 둘러싼 신뢰의 균열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김재환 감독이 21일 공개한 유튜브 영상이다. MBC 교양 PD 출신인 그는 “방송용 백종원과 사업용 백종원은 다르다”며, 백종원이 방송사에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작가와 촬영팀을 직접 지명해달라거나, 자신과 합이 맞지 않는 제작진이나 출연자를 하차시킨다는 것. 사실이라면 방송의 기획 구조를 흔드는 갑질 사안이다.
하지만 백종원과 함께 방송을 했던 관계자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일부는 “강한 피드백을 주는 스타일은 맞지만, 갑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방송을 꼭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니, 불편한 제작진과는 거리를 두는 성향일 뿐”이라며, 오히려 방송가의 암묵적인 관행과 조응하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빠르게 대중성을 얻었고, 그것이 곧 브랜드 파워와 연결됐다. 대표적인 예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백종원의 캐릭터는 국민적 친숙함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더본코리아는 급성장했다.
그러나 방송이 만든 이미지는 단단하면서도 취약하다. 한 인물이 TV 안팎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면 대중은 “속았다”고 느낀다. 백종원은 그간 방송에서 ‘을’의 편에 서서 골목상권을 살리고, 식당 사장님들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으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최근 논란은 그가 ‘을’이 아니라 ‘갑’의 위치에서 방송을 조율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더본코리아의 최근 여러 논란도 이와 맞물려 있다. 원산지 표시 누락, 식품위생법 위반, 직원 면접 관련 잡음 등 각종 이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방송용 백종원’의 이미지가 급속히 침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식회사 대표 백종원은 “이제 다 바꾸겠다”는 입장문을 올렸지만, 아직 큰 변화는 읽히지 않는다.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쌓은 영향력과 신뢰는 언제든 방송을 통해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백종원 대표는 방송인으로서, 그리고 더본코리아 대표로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신뢰를 복구하고, 다시 대중 앞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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