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룹 뉴진스는 지금 팀의 미래를 두고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소속사 어도어와의 갈등은 이제 지리한 법적 공방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법원은 뉴진스 멤버들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어도어가 신청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의 전부 인용 결정은 유지됐다. NJZ라는 새 이름으로 독자 활동을 꾀했던 뉴진스의 계획은 법원 판단에 따라 당분간 중단됐다.
뉴진스는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지만, K팝 시장은 법정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흐른다. 아이돌 그룹에게 ‘시간’은 가장 비싼 자산이다. 장기 공백은 곧 K팝 트렌드에서의 이탈로 직결된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 직후 놀라운 속도로 K팝 시장을 장악했다. ‘어텐션’ ‘하이프 보이’ ‘디토’ ‘슈퍼 샤이’ ‘하우 스위트’ 등 잇따라 히트곡을 배출하며 단기간에 글로벌 인지도를 구축했다. ‘뉴진스 스타일’은 음악을 넘어 10대, 20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장기화되고 공백이 지속된다면, 어떤 K팝 아이돌도 시장 내 영향력을 유지하긴 어렵다.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뉴진스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단순한 위약금이 아니다. 무대에서 사라진 시간 그 자체가 가장 큰 손실이다. 광고주와 팬덤의 이탈, 콘텐츠 부재로 인한 존재감 약화도 현실적인 우려다. 실제로 팬덤 안에서도 뉴진스의 향후 방향을 두고 점차 의견이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진스가 소속사와 갈등에 휘말린 사이, 실력파 신인 아이돌 그룹도 여럿 등장했다. 뉴진스는 ‘4세대’를 대표하는 팀으로 꼽혔으나, 이미 대중의 관심은 ‘5세대’로 옮겨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주요 활동 시기인 K팝 아이돌에게 지금 이 순간은 대체 불가능한 골든타임이다.

멤버들이 그간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를 보면 무대에 대한 갈망과 복귀 의지가 드러난다. 활동 중단 선언 이후 뉴진스는 “버니즈가 좋아하는 노래, 버니즈가 들으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노래,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데뷔 1000일을 맞아 공개한 메시지에서도 “저희가 같이 보낼 시간은 조금 잃었지만 대신 나중에 더 좋은 추억들로 채울 것이기 때문에 그 미래를 같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진스에게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는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싸움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K팝의 시계는 뉴진스와 어도어의 법적 승패를 기다려줄 만큼 관대하지 않다. 지금 뉴진스의 음악과 무대는 멈춰 있다. ‘뉴진스’라는 팀의 브랜드는 물론이고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각 멤버의 재능이 이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K팝 시장 전체에도 손실이다. 아이돌의 생애는 짧다. 뉴진스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누군가’가 아닌 ‘무대’ 그 자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