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연예인이 아무리 선택받는 직업이라 해도, 이수지의 수동성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었나 보다. 출연 제안이 없으면 그저 기다렸다고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기회는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으로만 여겼다.
많은 사람을 웃기고 싶은 욕망과 반대로 무대와 점점 멀어졌다. ‘내가 정말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도 생겼다. 고민이 깊어지던 즈음 남편으로부터 “직접 무대를 찾아보는 건 어때?”라는 말을 들었다. 낯설었지만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이름이 알려진 방송인임에도 오디션에 도전했다. 쿠팡 플레이 코미디 쇼 ‘SNL 코리아’에 합류한 배경이다.
이수지는 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남편이 제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 준 사람이었다. 그 말이 없었다면 다시 도전할 용기를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무대가 채워야 할 빈칸 같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까 오히려 무대가 나를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SNL 코리아’는 잊고 있었던 감각을 되찾아준 프로그램이다. 다시 연기하고, 사람들 앞에 서고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 무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도 컸지만, 숙제도 있었다. 코미디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대세가 되고,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전처럼 한 캐릭터를 오래 끌고 가는 건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았다. 이수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핫잇슈지’는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태어났다.
웃음의 과도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웃음을 실험하고 싶었다.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까지 해냈다. 그 과정에서 현실 밀착형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수지는 “마트에서 들은 대화 한 줄, 버스에서 본 풍경 하나가 출발점이 된다. 촬영하다가 말투나 리액션이 저절로 나오면 ‘이 캐릭터가 이제 내 안에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인플루언서를 패러디한 ‘슈블리맘’, 시술 상담실장, 현실 직장인, 그리고 강남 맘 문화를 비튼 ‘제이미맘’까지 모두 성공시켰다. 모두 공감을 깊이 자극할만한 우리 주위의 얼굴이다.
공감의 크기가 너무 컸던 탓일까, 웃음과 함께 논란이 동반했다. 특히 ‘제이미맘’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특정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특정 브랜드 제품이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미디언이 좀처럼 겪기 힘든 기현상이었다.
이수지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특정 인물을 겨냥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보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더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브랜드 관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오히려 콘텐츠를 재밌게 봤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웃음에 대한 갈증의 해소와 함께 정극 연기의 갈증이 생겨났다. 진지하게 새로운 얼굴을 만들고 감정을 전달하는 욕구가 생겼다. ENA ‘신병3’에서 색다른 얼굴을 그려냈다.
이수지는 “말 한마디 없이도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역할, 언젠가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특히 엄마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제 방식대로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관객도 감정적으로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정통 연기마저도 호평이다. 그러면서 ‘지독하다’는 의견도 따라붙는다. 그만큼 분석에 집요하다는 뜻이다. 이수지는 “웃음을 향한 애정, 표현에 대한 갈증, 그리고 그걸 놓지 않으려는 집요함. 그런 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지독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지와 스포츠서울은 나이가 같다. 1985년에 탄생했다. 스포츠서울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과 이수지의 새로운 웃음을 갈망하는 마음이 닮았다.
이수지는 “창간 40주년 정말 축하드린다. 언제나 그랬듯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소식, 그리고 많이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시길 바란다. 스포츠서울 파이팅이다”라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