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긴 눈꺼풀이 곧 감길듯한 모습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오롯이 바친 지난 6년 간의 무게감은 말 한마디마다 서려 있었다. 빠진 치아만 8개, 59㎏이라는 몸무게가 남긴 숫자는 그의 지난 세월을 대변했다. “단 하루도 작품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그를 짓눌렀던 사슬에서 이제야 벗어났다.
황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열광하고 비판하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라며 “이 작품이 가진 파급력과 애정, 관심이 아니겠나. 살면서 이런 어마어마한 관심 받는 기회가 다시 있을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3’는 기훈(이정재 분), 프론트맨(이병헌 분), 명기(임시완 분) 등 주요 인물들이 게임 속에서 각자의 선택과 희생을 거쳐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았다.

“시즌3가 가장 재밌을 것”이라는 황 감독의 공언과 달리 공개 직후 반응은 엇갈렸다. 메시지를 강조하다 보니 오락적 요소는 제거됐다.
“개인적으로 시즌3를 가장 좋아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어요. 마지막 ‘고공 오징어게임’이 대표적이에요. 라틴어 문구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너다’를 적은 건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경고죠. ‘안전제일’이라는 표어와 공사장 느낌의 세 개의 기둥이 있고, 참가자들은 남은 사람을 밀어서 죽여야 하죠. 살기 어려워질수록 약자를 제거하면서 나아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갖은 다툼 끝에 우승하는 건 기훈도 명기도 아닌 222번 준희(조유리 분)의 아기였다. 황 감독은 “아기를 심벌로 쓰고 싶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양심”이라며 “우리 미래세대는 희망을 품고 있지 않다. 윗세대보다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은 포기했다. 더 나쁜 세상을 주지 않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 게임에서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기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3에서 캐틱터가 연쇄적으로 죽으면서 생긴 아쉬움도 있다.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트랜스젠더 특전사 현주(박성훈 분)의 죽음은 특히 그랬다.
황 감독은 “현주가 이 작품에서 가장 이타적인 캐릭터였다. 네 번째 게임에서 나갈 수 있었는데 금자와 준희를 구하러 왔다가 죽는데, 이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살리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게 가장 아름답고 영웅적인 죽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피엔딩으로 잡은 결론을 고심 끝에 바꿨다. ‘가짜’ 보다 ‘진짜’ 현실을 보여주자는 생각에서였다.
황 감독은 “기훈이 결국 그 게임에 이기고 응원군이 와서 게임장을 전복하는 엔딩을 생각했다. 거기서 시즌 4, 5까지 갈 수 있었다”면서도 “세상을 유심히 관찰하니 그런 해피엔딩은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영업자는 빚더미에 올라와 있고, 전쟁과 자연 재해는 심해지고 있다. 닥쳐올 재앙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