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퍼진다. 공룡도, 환경적 메시지도, 지구의 후손도 건드린다. 한 길로 모이지 않고 제 갈길로 가니, 집중하기 어렵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시작부터 발이 꼬였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 쥬라기 공원의 비밀 연구소가 있는 위험한 섬에 들어가게 된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가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고 공룡들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7번째 이야기를 담아 2일 개봉했다.
이야기는 한 연구원의 사소한 실수로부터 출발했다. 우연히 버린 쓰레기가 환풍구로 빨려 들어가며 개폐 시설이 고장 났고, 공룡의 폭주를 막지 못하며 연구소가 폐쇄됐다. 조라가 인류를 구할 신약 개발을 위해 육지, 하늘, 바다를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공룡들의 DNA를 얻기 위해 섬에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전개가 빠르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며, 산만히 흩어진다. DNA를 구하기 위해 섬에 들어선 조라 팀과 배가 침몰한 루빈 델가도(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분) 가족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 탓이다. 이야기의 주요 맥락은 조라 팀이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어 델가도 가족의 이야기로 시선이 쏠린다.
더불어 정작 영화 속 메인 주인공이자 가장 주요한 소재인 공룡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섬에 들어가 공룡을 마주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할애되고, 이또한 짧게 스쳐지나가는 잔상 정도로 표현됐다. 등장인물의 서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반부를 넘어서야 공룡의 전체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고, 공룡과 대적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하지만 익숙한 클리셰다.

메인 소재인 공룡이 약해지니 흥미가 반감됐다. 이야기도 전반적으로 부실했다. 공룡의 사연에 집중하려 하면 조라 팀 개개인의 서사가 나열됐다. 과도하게 넣은 메시지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중교배 실험을 당한 공룡에 대한 연민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고부터 인류애와 지구 내 생명들에 대한 존중을 동시에 담으려 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사를 통해 나열되는 탓에 큰 울림보단 평면적으로 와 닿는다. 또한 이를 델가도 가족의 막내딸 이자벨라(오드리나 미란다 분)의 시선으로 담아내 어른의 이기심과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대비하려 하는데, 이 역시 여러 영화에서 활용된 형태다. 진부하다.
또한 공룡 자체의 퀄리티는 높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장소적 배경은 엉성한 탓에 CG 티가 눈에 띈다. 조라 팀이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장면의 배경 대부분이 그러하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특수요원으로 등장했지만 기대할 법한 큰 액션은 없다.
‘쥬라기 월드’는 지난 2015년 ‘쥬라기 공원’이 시즌 3로 끝을 맺은 뒤 14년 만에 새롭게 편 챕터다. 이전 시리즈에선 공룡과 인간의 공생에 대한 메시지로 울림을 준 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세계관의 출발을 알린 ‘새로운 시작’은 속편까지 염두에 둔 결말을 보여줬으나, 기대를 남기기엔 역부족인 완성도였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