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일하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부와 기업이 빠르게 반응했다. 기업은 매출액 조정을 통해 이른바 ‘위약금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납작 한껏 자세를 낮췄다.

SK텔레콤은 4일 오후 해킹 사태 이후 통신사를 변경하는 가입자에게 위약금을 면제하겠다고 밝히고, 5일 관련 홈페이지 개설을 시작으로 환급 절차를 시작했다. 4월18일 자정 기준 SK텔레콤 이용자 가운데 19일 자정부터 7월14일 자정 사이 통신사를 변경했거나 변경하려는 사람 중 낼 위약금이 있는 사람이 대상자다.

SKT 유영상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와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모든 임직원은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

정부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시정 조치 사항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대책을 책임지고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S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고 책임은 SKT에 있고, 계약상 중요한 안전한 통신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위약금 면제 규정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계약 해지 과정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한 마디 한지 하루만에 내놓은 결과다. 유 대표는 “정부의 해킹이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위약금 면제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SKT는 위약금 면제를 비롯한 ‘고객 안심 패키지’ 등을 담은 장문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정부와 사전 조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발빠른 대응이다. 서버 해킹 사태가 발생한지 3개월여 만인데, 대통령의 날선 한 마디와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기업의 대응방안 공유는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일하는 정부’의 필요성을 체감할 만한 사건이다.

SKT 유 대표는 “고객신뢰회복위원회 출범 이후 50여일간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규모감 있는 보상, 다양한 고객 그룹을 아우르는 혜택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았다”면서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정보보호 혁신’을 실현하고, SKT 고객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 ‘약정 고객 해지 위약금 면제’ 등의 사태 해결책을 공개했다.

고객 이탈 방지책도 내놓았다. 8월 통신요금을 50% 할인하고, 이용자에게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번 발표로 SKT는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보상과 가입자 이탈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올해 매출액 전망을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보안에 강하고 다시 신뢰받는 회사가 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AI 투자에서 일정 정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지만 SKT의 미래는 AI에 있다고 생각한다. 외형의 문제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통신과 AI를 다 잘하는 회사로 성과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