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여름만 되면 찾아온다. 귀신이든 좀비든, 사람이든 어떤 형태로든 다가와 관객을 놀래킨다. 에어콘으로도 잡을 수 없는 더위를 물리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공포 영화다.

공포 장르가 주류는 아니지만,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재밌는 공포물 없나”라며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관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공포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통해 현실 속 나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얻는 힐링이 ‘공포 영화’의 묘미라는 평이다. 실제로 “재난·공포 영화가 최고의 힐링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공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의 본능을 깨우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나오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화 ‘귀신을 부르는 앱 영’ 기획 총괄을 맡은 형슬우 감독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천천히 올라갔다가 확 떨어지는 것처럼, 쫄깃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공포 영화의 관건”이라며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장르가 공포영화다. 그 본질을 깨닫고 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독친’을 연출한 김수인 감독은 “저예산일 필요는 없지만, 저예산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게 공포 장르다. 좁은 공간에서 스릴을 만들어내는 연출의 묘를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신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며 “관객의 본능을 자극한다는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이 부분의 완성도에 따라 흥행이 갈린다”고 말했다.

공포 장르는 다변화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물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좀비를 소재로 한 ‘좀비물’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한 슬래셔 장르도 넓은 범위에선 공포 장르다. 유재선 감독의 ‘잠’이나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노이즈’나 ‘84제곱미터’도 공포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계에선 공포의 장르를 한정적으로 두고 스스로 제약을 거는 현상이 엿보인다고 한다. “꼭 귀신이 나와야 한다”거나 “관객이 확 놀랄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등의 공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한 영화 배급사 대표는 “공포의 범위는 정말 넓다. 할리우드는 코로나19 이후로 오히려 공포 장르가 활성화되고 있다. 비현실성을 감안해 상상력을 극대화 한다는 점이 배경이다. 국내에선 아직도 공포의 공식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고 있다. 꼭 귀신이 나오지 않아도 되고, 놀라게 하는 장면이 없어도 공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