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싸움이 이른바 ‘X밥 싸움’이다. 분노만 가득한 채 나약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은 조소를 이끈다. 길티플레저를 자극한다.

지난 16일 공개된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의 인물들은 그리 강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이다. 센 척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배우들의 명연기가 합쳐지니 꿀맛이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파인’을 원작으로 한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신안 앞바다에 값비싼 도자기를 건져달라는 요구로부터 출발한다. 좀도둑질이나 하며 살던 잡범 오관식(류승룡 분)과 오희동(양세종 분)이 이 일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눈 먼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목포에 옹기종기 모여 작당을 꾸민다. 일은 크게 벌리려 하는데, 아는 것도 없고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일의 진척이 더디다. 여기에 부산에서 온 사기꾼 김교수(김의성 분)까지 달라붙자 마음만 조급해진다. 서서히 일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다음 웹툰 시절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명작을 드라마화 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다. 웹툰을 소재로 한 경우 여러 퀄리티 면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많은 데 반해 ‘파인 촌뜨기들’은 기대를 상회했다. 오관식과 오희둥 두 주인공의 싱크로율은 물론, 어줍잖게 잔머리를 굴리는 양정숙(임수정 분), 입에 착착 붙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무수한 인물들의 연기에 완성도가 높다.

광주에서 주로 촬영한 덕에 1977년을 떠올리게 하는 미장센도 흥미 요소다. 그 시절 패션부터 아득한 추억이 된 다방, 국회의사당만 덩그러니 있는 여의도까지, 다양한 부분에 고증이 철저하다. 일이 벌어지기까지 꽤 오랜 빌드업 과정을 거치는데, 강윤성 감독은 인물 간의 관계를 매우 촘촘히 쌓고 있다. 모든 인물이 상대에 따라 표정과 말투가 싹싹 바뀐다. 큰 사건이 없어도 쭉 빨려들어간다.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성오, 이동휘, 김종수, 우현, 장광 등 얼굴만 봐도 딱 아는 배우들 모두 자기 역할 이상의 연기력을 펼쳤다. 모든 판이 깔린 뒤 건들건들 걷는 김교수 역의 김의성은 등장만으로 공기를 바꿔버렸다. 농염한 양정숙을 만든 임수정은 작은 숨소리마저 섹시하다.

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유노윤호는 태생부터 양아치 장벌구로 ‘커리어 하이’ 급 연기를 보여줬다. 사투리부터 표정 하나 하나 모두 생동감이 넘쳤다. 김민과 홍기준 등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도 임팩트가 강하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윤 작가의 뼈를 치는 대사가 곳곳에 깔렸다. 전라도에서 살다 온 것처럼 완벽히 취재가 된 사투리도 날 것 그 자체다. 웹툰이 영상화되면서 벌어진 빈틈은 연출의 묘로 메운다. 소위 말하는 ‘작·감·배’의 완벽한 시너지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파인 촌뜨기들’은 웰메이드의 길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총 11회차다. 아직 8회나 남았다. 쭉 보는 것도 좋겠지만, 중간 중간 끊으면서 보는 것도 좋다. 곱씹는 맛이 일품이다. intellybea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