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연 실황 영화 개봉…8월5일까지 CGV 전국 13개 상영관
‘수다쟁이’ 문해학교 할머니 학생들의 실화
온전히 들어주는 선생님의 역할 “글만 가르치는 것 아냐”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영화로 관객들을 다시 만났다. 시작부터 대박 조짐이 보였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현장이었다. 첫 시사회에 출연 배우들도 함께 자리해 스크린 속 자신들의 무대를 흥미롭게 감상했다. 동시에 작품 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가시나’ 할머니들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지난 2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개봉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강병원 프로듀서·김혜성 작곡가/음악감독·김하진 작가 등 창작진을 비롯해 ‘영란’ 역 김아영·‘춘심’ 역 박채원·‘인순’ 역 허순미·‘분한’ 역 이예지와 ‘석구’ 역 김지철·‘가을’ 역 하은주 등 6명의 배우가 참석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이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가장 시 쓰기 좋은 나이의 줄임말 ‘가시나’ 할머니들이 한글을 처음 배우고, 시를 쓰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아픈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모습을 그린다. 실제 문해학교 할머니 학생들이 쓴 20여 편의 시는 작품의 넘버로 재탄생해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작품은 영화 상영을 위해 촬영한 영상이 아닌 지난 2월 국내 초연의 한 무대를 담았다. 공연 실황은 총 14대의 시네마급 카메라로 촬영해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포착했다. 특히 ‘석구’의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배우들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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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통제 불능인 할머니들의 사연이 담긴 시는 아름다운 노래로 재탄생해 관객들을 웃겼다가 울리기를 반복한다.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 학생들에게서 때론 15세 소녀를, 또 5세 꼬마 아가씨를 발견한다. 인생 팔십 줄에 처음 교복을 입은 이들의 입가에는 설렘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같아, 웃고 있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스크린 속에서 할머니 학생들을 재회한 배우들은 지난해 문해학교에서 직접 만난 수다쟁이 할머니들과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선생들을 기억했다. 할머니들의 선생님인 ‘가을’ 역 하은주는 이날 시사회 후 프레스콜을 통해 문해학교에서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하은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현실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머니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했다. 답답하고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계속 웃었던 기억밖에 없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의 일상이 뮤지컬과 영화 속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에서 할머니 한 명이 말을 시작하면 옆에서 다른 할머니가 또 말을 시작한다. 내 말만 해서 시끄러운 분위기다. 실제 할머니들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문해학교의 실상을 밝혔다.
이때 하은주의 뇌리를 스친 것은 할머니 학생들의 선생님이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계속 만나는 사이인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생 이야기하듯 이야기했다.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 등 수업과 관계없는 내용들이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氣) 빨린다’라고 하지 않는가. 선생님은 이들을 어떻게 중재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선생님도 할머니들을 중재 못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은주는 “선생님이 할머니의 말을 70%, 50%, 30%, 10% 정도만 듣고 ‘자, 네~’라며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할머니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드렸다”며 “선생님의 귀는 여기저기에 다 있어야 한다. 그저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은주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극 중 ‘가을’의 역할을 깨달았다. 때론 호랑이 선생님으로, 때론 손녀딸로서 이들을 쥐락펴락하는 선생님으로 무대에 섰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선생님은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의 모습들을 다 보고 받아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CGV의 공연예술 영상화 사업 ‘아르코 라이브’(ARKO LIVE) 일환으로 기획됐다. 공연 실황 영화는 이달 23일부터 8월5일까지 CGV 전국 13개 상영관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