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방불케 하는 아이돌 퍼포먼스
여고생으로 돌아간 엄마들의 추억 소환
반짝이는 별과 같이 ‘Keep Dreaming’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과 일본 동시 무대에 올랐던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가 대장정의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지방 투어에 나선다. 약 3개월간 이어진 총 120회 무대는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매회 관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열광의 현장을 이제 대구와 부산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서울에 비해 공연 관람의 기회가 적은 지방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걸음이 될 것이다.
‘드림하이’는 2011년 방영된 드라마 ‘드림하이’를 바탕으로, K-팝 스타가 된 기린예고 졸업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진정한 꿈과 우정을 이루는 밝은 메시지를 전한다.
다수의 배우가 전·현직 아이돌로 구성,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송삼동’ 역 세븐·김동준(ZE:A)·영재(GOT7)·진진(아스트로), ‘진국’ 역 추연성·장동우(인피니트)·강승식(빅톤)·윤서빈, ‘제이슨’ 역 유권(블락비)·임세준(빅톤)·김동현(골든 차일드)을 비롯해 선예(원더걸스)·루나(에프엑)·이지훈·김다현·정동화·박준규·배해선·박경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화려한 라인업답게 각자의 매력과 에너지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작품명 앞에 붙은 ‘쇼뮤지컬’이라는 단어 그대로, ‘드림하이’는 뮤지컬보다 쇼에 가깝다. 연기와 노래는 물론 전 배우가 격렬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넘버들도 뮤지컬 곡이라기보다 댄스, 발라드, 힙합 등 가요로 느껴진다. 안정적인 라이브까지 더해 흥분의 단계를 끌어올린다. 대부분의 무대 배경은 학교와 ‘강오혁’의 집 앞이지만, 틈틈이 시상식, 가요 프로그램으로 꾸며 TV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더불어 ‘Again’은 재연을 의미하면서도, 작품 속 인물들이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다시 나아가는 길을 닦아준다.

◇ 오랜만에 ‘오빠 부대’ 결성 “이때다! 즐기자”
공연장에는 뮤지컬 덕후부터 배우들의 팬클럽까지 다양한 관심사로 모인 관객들로 가득하다. 이들 가운데 초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만 8세 이상 관람가이고, 특히 작품의 주제가 ‘꿈’ ‘희망’ ‘우정’이므로 교육상 유익해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이들의 옆 좌석에 앉은 엄마들이 더 신난 모습이다. 작품의 배경이 학교이면서 추억의 아이돌 이름을 언급한다. 실제로 대사에서도 “H.O.T는 엄마가 좋아해”, “서태지?”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소환한다. 넘버들도 예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노래 같다.
댄스의 역사를 짚는 장면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디스코, 소울트레인(펑키), 하우스, 힙합, 스트리트댄스(스트리트힙합), 팝핀 등 시대별 유행했던 노래와 춤에 흥을 맡긴다.
그때 그 시절의 ‘가요톱10’ ‘인기가요’ ‘쇼!뮤직탱크’를 회상케 하는 무대가 이어진다. 커튼콜 땐 곳곳에서 “오빠”를 외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눈치 안 보고 맘껏 즐길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이다.

◇ 환장하게 예쁜 ‘꿈’…잊지 말아야 할 ‘별’의 가치
작품에 빠져들어 공연을 웃으며 즐기다가, 갑자기 숨죽여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발견한다. 꿈 많던 시절의 모습과 지금의 나 자신을 비교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림하이’는 “킵 드리밍(Keep Dreaming)”이라고 외친다. 이상과 현실에서 계속 부딪히겠지만, 누구든 언제나 꿈꿀 수 있다고 응원한다. 더불어 꿈을 이루는 건 끝이 없다는 것. 꿈을 이룬 후에도 다음의 꿈을 꾼다고 강조한다.
하나 더, “너의 꿈이 환장하도록 예뻐”라고 계속 말한다.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환장하도록’ 예쁘다고 반복한다. 세대불문 나이불문 꿈이 있고, 이는 절대 헛되지 않다고 격려한다.
동시에 어른들의 희망이 아이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의 미래는 스스로 설계할 각자의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른들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희망을 별에 비유한다. 가장 크고 빛나는 별에 시선을 뺏겨 옆의 작은 별들을 잊는다고. 하지만 큰 별만 꿈이 아니라며, 작은 별이 가려지지 않도록 과정의 중요성을 꼬집는다. 또한 꿈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도 덧붙인다. 인생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도 깜빡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 가장 빛나는 그대들을 위한 따뜻한 응원 메시지
지난 20일 서울 마지막 공연 후 배우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팀 내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함께 달려온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각자의 소감을 전했다.
이중 ‘어린 제이슨’ 역 피터는 “2023년 포기하려던 꿈을 이어왔기에,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무대의 소중함에 감사하다”고 웃으며 인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공연이 끝나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 기도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무대에 오르면서도 언젠간 끝날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내일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드림하이’를 통해 배우들은 다시 꿈과 용기를 얻은 건 확실하다. 특히 댄서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앙상블 배우들과 같은 임무를 완수한 댄서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과 달리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이들에 대한 감사 인사하였다. 앙상블 배우들이 있기에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 또한 강조한 것이다.
진국은 “누군가가 나를 믿어줬기에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로 믿고 달리자”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선예 역시 “이 작품은 ‘꿈’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린다. 많은 여정이 있었는데, 신나게 춤추는 댄서들을 보면서 지난날을 상기했다. 누군가에게는 꿈꾸고 이루는,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는 무대이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작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교장’ 역 박경림은 “꿈은 설레고 벅차고 행복한 단어다. 그 과정은 의심과 두려움과 싸워가는 과정이다. 댄서들을 존경한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마지막으로 피터는 “‘드림하이’를 통해 도전과 배우, 꿈과 사랑을 깨달았다”며 “무대 위 조명으로 배우들의 얼굴이 빛날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관객들의 미소가 더 빛난다”고 서로를 응원했다.
한편 오는 8월부터 ‘드림하이’는 연장전에 돌입한다. 1~3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 8~10일 부산 동서대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다시 무대를 꾸민다.
이번 지방 투어에는 서울 공연에 참여했던 대다수의 배우가 이동한다. 하지만 캐스트별 관람 기회는 단 1회씩이다. 피켓팅이 예상되지만, 캐스트마다 매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4회 공연 모두를 추천한다. 전 공연 커튼콜 촬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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