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대중의 마음을 이렇게 모를 수 있을까.

1987년 아역으로 데뷔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양동근이 오만한 태도로 대중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무리 억울할 수 있어도 비판 여론을 충분히 고민해 답할 수도 있었는데, 마치 조롱하듯 협박성 표현을 남겼다.

발단은 양동근이 지난달 30일 부산 세계로교회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캠프에서 CM 공연팀 ‘K-Spirit’(케이스피릿)과 함께 무대에 오른 모습을 올리면서부터다. 양동근은 “Wash it Whiter than snow”(눈보다 더 희게 죄를 씻으라)라는 글을 올렸다.

연예인이 종교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리 큰 거부감은 없다.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비판받은 사례는 없다. 심지어 뉴진스님과 같은 종교인을 활용한 ‘부캐’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이 행사를 주최한 자가 손현보 목사여서다. 개신교계 내 대표적인 강성 보수 인사다. 지난해 ‘세이브코리아’라는 단체를 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으며, 일각에서는 전광훈 목사의 후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양동근이 참석한 행사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닌 셈이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국민에게 총칼을 민 계엄 사건을 옹호한 인물이 주최한 행사다. 행사의 성공이 손 목사의 이름값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영향력이 차후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직업을 가진 양동근이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미는 것을 옹호한 사람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중에겐 이율배반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대중의 비판은 거셌다. 한결같이 좋은 연기를 펼쳤고, 미디어에서 본 인간적인 모습에 실망한 감정이 컸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같은 대작에 참여한 배우의 행보로 보면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비판이었다. 양동근은 이러한 비판에 적절치 못하게 대응했다.

양동근은 “널 믿은 내가 병X지”라며 “얘들아 맘껏 실망하고 맘껏 욕해. 너희에겐 그럴 자유가 있다”며 “내가 자살을 하긴 좀 그렇잖아”라며 아들을 안고 얼굴에 ‘병X’라고 적힌 사진을 공유했다. 손가락 욕설을 암시하는 문양도 함께 있었다. 대중의 비판을 철저히 무시한 행동이다.

양동근 입장에선 손 목사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을 수 있다. 정치적인 언어와 행위 없이 행사를 마치고 왔다면, 더욱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꼭 해답이 되는 건 아니다. 대중이 왜 갑자기 이런 비판을 하는지 알아봤어야 했다. 행사 참여 목적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행사라는 걸 알았다면 “의도와 무관하게 불편하게 했다”는 내용의 사과를 전했어야 했다. 양동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과는 삭제 엔딩이다.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꼈는지 게시물을 삭제했다. 삭제 이전에 잘못에 대한 사과가 선행됐어야 했다. 데뷔 40년에 가까운 중견 배우의 행동이라고 하기엔 경박하다. 과연 대중이 사랑하는 작품에 나올 자격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정중한 사과가 필요한 때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