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먼저 권유” 에일리, 혼전동거 밝혀

가수 에일리가 방송에서 ‘혼전동거’ 경험을 공개했다. 단순한 사생활 고백을 넘어, 결혼과 가족관에 대한 세대 논쟁의 불씨를 지피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에일리는 “결혼 전 1년간 동거를 했다”고 밝혔다. “최시훈을 만나며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결혼 의사를 말했더니, 할머니와 이모가 ‘일단 같이 살아봐라. 결혼 전 1년 동안 같이 살아보라’고 해서 동거를 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어 에일리는 “동거후 잘 맞아서 결혼했다. 결혼 전에 서로 잘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 살아보고 안 맞으면 헤어지려고 했다. 예식장 예약 취소하면 되니까”라고 덧붙였다.
에일리 가족의 조언은 명확하다. 동거를 통해 상대의 성격, 생활패턴, 금전감각 등 핵심 가치관을 미리 확인함으로써 결혼 후 파혼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예비신랑 윤정수는 “동거는 아니지만, 여친이 자주 놀러 온다”고 반응했고, 에일리는 “같이 사는 거랑 놀러 오는 건 다르다”며 동거의 장점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혼전동거가 결혼의 한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혼전동거 경험률은 평균 6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낮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혼전동거에 대해 ‘괜찮다’고 응답한다.
찬성하는 쪽은 “결혼 실패 확률을 줄이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반대하는 쪽은 “결혼 제도와 가족 가치를 약화시킨다”며 우려를 표한다. 이 과정에서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자유로운 연애·결혼관을 지닌 MZ세대 간의 가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결혼율, 특히 출산율이 무섭게 하락하는 한국 사회에서 혼전동거는 단순한 연애 방식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넘어 인구·가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 그러나 결혼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시대에, 혼전동거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안전망은 더 촘촘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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