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한때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1차 지명, 부산 출신, 시속 150㎞ 중반의 강속구까지. 데뷔 당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윤성빈(26)이 드디어 잠재력을 마운드에서 뽐내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 2017년 롯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빠른 공과 체격 조건을 앞세워 차세대 선발 자원으로 주목받았지만, 2018년 18경기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한 뒤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2019, 2021, 2024시즌 세 시즌 연속 단 1경기씩만 던졌다. 나머지 기간은 대부분 재활과 2군 생활에 머물렀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컸다.

올시즌에는 다른 모습이다. 5월 첫 등판에서 1이닝 9실점의 악몽을 겪었지만, 2군에서 재정비를 거친 뒤 완벽하게 달라졌다. 6월15일 SSG전부터 지난 12일 한화전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8월 월간 평균자책점 3.60으로 안정적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김태형 감독이 승부처에서 윤성빈을 믿고 내보내는 이유다.
윤성빈은 “예전에는 마운드에서 긴장도가 높아 작은 실수에도 흔들렸다. 지금은 어느 상황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 던지는 비결은 ‘구종 선택’에 있다. 7월까지만 해도 속구, 슬라이더, 포크볼 ‘세 구종’을 구사했다. 8월 들어 과감하게 슬라이더를 버리고 속구와 포크볼만 던진다.
윤성빈은 “두 구종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니 계속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제구도 더 나아진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윤성빈의 속구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8㎞, 평균 구속은 154㎞에 달한다. 시속 160㎞ 욕심도 있지만, 그는 “아직은 그 레벨이 아니다. 세게 던지기보다 스트라이크를 먼저 던지는 게 우선”이라며 자신만의 투구 원칙을 밝혔다.
오랜 시행착오와 폼 교정 끝에 제구를 갖췄다. 윤성빈은 “매년 폼을 바꾸면서 아픈 곳도 많았지만,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관리했다. 김상진, 김현욱 코치님의 지도 덕분에 하체와 밸런스를 안정시켰고, 그 결과 속도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너무 못 던진다’는 평가를 감내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덕분에 현재 준수한 투구를 펼친다. 윤성빈은 “요즘 야구가 정말 재밌다. 1차 지명 부산 출신이 실패를 맛보고 다시 올라섰다. 서사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윤성빈의 부활은 롯데 불펜 운용에도 숨통을 틔웠다. 올시즌 롯데는 불펜진의 기복이 뚜렷했지만, 윤성빈이 필승조로 안착하면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윤성빈도 “앞으로도 편안하게 던지겠다.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 주신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