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 한국 인디음악 30주년 특별 공연 ‘위 아 파이오니어(We are pioneers)’

[스포츠서울 글·사진 | 노들섬=원성윤 기자] “너무 멋진 밤이죠? 보름달 보셨어요? 진짜 달도 구경나왔나봐요.”

김창완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낮의 더위가 가시고, 밤의 이슬이 찾아든 백로(白露)였다. 서늘한 공기를 따스하게 적시는 기타 선율도 노래와 함께 날아들었다. 쭈뼛쭈뼛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서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클래식한 스네어 드럼이 귓가를 때린다. “모두 일어서세요.” 김창완의 청아한 목소리가 뒤를 잇자, 객석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김창완밴드는 인디음악의 상징체다. 1977년 산울림으로 시작했다. 48년째 활동 중이다.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아이유가 리메이크하며 더 폭넓은 사랑을 받은 ‘너의 의미’가 울려 퍼졌다.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플래시를 켰다. 좌우로 손을 흔들며 리듬을 맞추기 시작했다. ‘기차로 오토바이를 타자’ ‘개구쟁이’ 등이 앙코르곡으로 나왔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주말을 놓기 싫은 가을밤이다. 슈퍼문까지 가을이 오라 재촉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 한국 인디음악 30주년 특별 공연 ‘위 아 파이오니어(We are pioneers)’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날치도 등장했다. K-컬처의 현재진행형이다. 신선한 리듬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얼터너티브 팝 밴드다. 네 명의 보컬, 두 명의 베이시스트, 한 명의 드러머로 구성됐다. 이들은 익숙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뉴웨이브·신스팝 기반이다. 흥겨운 리듬은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전통의 가락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다. ‘새타령’으로 시작해 ‘좌우놔졸’ ‘어류도감’ ‘놀보놈’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졌다.

보컬 라서진의 목소리는 보배다. “범 내려온다” 한 소절이 ‘좌르르’ 흘러내렸다. 환호성이 폭죽처럼 터졌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이전 이날치가 있었다. 5년 전,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린 이만한 곡이 있었을까. 노래를 마치자 “잘한다”는 칭찬이 날아들었다. 남자 보컬 안이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인디음악이 때로는 놀면서 한탄도 하면서 30년을 지켜왔을 겁니다. 지금까지 30년과는 또 다른 재미가 숨겨져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30년을 기대해 주세요. 더 재밌는 30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산만한시선이 등장했다. 이들은 인디음악의 미래다.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노을과 함께 두 사람이 나왔다. 서림의 보컬, 송재원의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가 덧입혀진 ‘도망가는 사람들’은 쨍한 감동을 줬다. 객석에 음표와 쉼표의 선율이 켜켜이 날아와 앉았다. 메마른 대지에 촉촉한 감성으로 노래의 비를 내렸다. 모두, 노래에 빠져들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 20주년이다. 인디 음악 30주년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모두 프로그램을 없앨 때도 EBS는 꿋꿋이 버텼다. 인디 음악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7할의 몫은 ‘공감’ 덕분이다. 황정원 PD는 “2000여명의 다양한 세대가 서울 한복판에 모여 함께 손뼉 치고 따라 불렀다. 공연을 완성해 나간 3시간은 인디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시 깨달은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EBS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