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대한민국 방송 역사의 초창기를 개척하고 라디오 드라마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성우 구민(본명 구교문)이 세상을 떠났다.

27일 한국성우협회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향년 9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에도 현지 한인 방송을 통해 목소리 연기를 지속하며 마지막까지 ‘성우’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생인 고인은 우리 방송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1946년 한국 최초의 라디오 연속극으로 기록된 ‘똘똘이의 모험’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48년 KBS 방송극예술연구원(현 성우극회) 2기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성우의 길을 걸었다.

고인의 행보는 동시대 연기자들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전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라디오 매체의 본질에 집중하며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라디오 전성시대를 정면으로 통과했다.

대중에게 가장 깊게 각인된 고인의 업적은 철저한 고증에 기반한 ‘성대모사’와 캐릭터 해석력이다. 특히 동아방송 ‘정계야화’와 TBC ‘광복 20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역을 맡아, 생전 고인의 음색과 화법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성인 대상의 ‘청실홍실’, ‘김삿갓 북한 방랑기’는 물론,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KBS 인형극 ‘부리부리 박사’의 타이틀 롤을 맡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목소리로 활약했다.

고인은 연기 활동 외에도 후배 성우들의 권익과 성우직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헌신했다. 1966년 한국성우협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 전무이사와 회장을 역임하며 협회의 기틀을 닦았다.

한국성우협회 측은 “고인은 수많은 방송을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성우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확립한 인물“이라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