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최근 MBC PD수첩 ‘강호동 회장과 비리백화점’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내용을 두고 ‘핵심’에서 벗어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해당 방송은 농협중앙회와 회장에 관련된 의혹을 중심으로 지난 14일 전파를 탔다.
MBC PD수첩은 농협중앙회를 ‘재벌’로 규정하고, 회장의 연봉과 인사권, 선거 과정의 1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다뤘다.
주된 내용은 ▲‘재벌’이라는 규정, 적절한가 ▲농협회장 연봉 8억 원 ▲구조적 취약성 ▲보은인사, 왜 농협에만 이중잣대인가 ▲기재부 등 정부 기관 출신의 금융지주회장 ▲‘독립감사기구’의 실체 ▲협동조합 운동과 지역·품목농협 규모화 ▲회장 조합원 직선제 등이다.
◇회장 직선제가 농협개혁의 핵심인가?
국회와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당정이 합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 선거 조합장 직선제→조합원 직선제 개편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다.
약 187만명 조합원이 1인 1표로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구조로, 2028년 3월 차기 선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무자격 조합원 정리 등 자격 관리 강화,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 퇴직자의 중앙회 및 계열사 재취업 제한 등도 추진된다.
현행 농협중앙회장은 1100여 개 회원조합의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1988년 민선 체제 도입이후 회장 선출 방식은 대통령 임명에서 벗어나 조합장이 선출하다가 다시 대의원이 선출하고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재임시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되는 등 몇 번이나 바뀌었다. 이번에는 조합원 직선제 방식까지 거론된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농협중앙회 조직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분리 이후 경제사업은 어떻게 됐나. 대출이자사업을 하는 신용 사업 대부분이 금융지주로 쏠리면서 경제지주는 막대한 부채와 이자 부담을 안게 됐고 투자는 위축됐다.
정부 주도로 ‘중앙회를 쪼갠’ 개혁의 결과, 경제사업의 경쟁력은 도태됐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의장을 지낸 조병옥 전(前) 의장은 “농협 개혁의 최우선 핵심은 농민들이 잘 살게끔 하게하는 ‘경제사업 활성화’다. 중앙회장의 선거방식이 핵심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의 과잉, 개혁의 과잉이 아닌가 싶다. 방점을 잘 찍고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어떻게 잘 가름마를 타가지고 농민들이 생산물을 어떻게 제 값 받고 팔것인가. 이게 핵심이어야 한다. 여기에 농협이 책임을 져달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농민단체조차(물론 일부 의견이다) 조합원 직선제가 현재 ‘농협개혁’에 대한 핵심 쟁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외부 독립 감사위원회 신설
방송 내용을 보면 ‘독립 감사위원회’ 설치는 정부 통제 기능 강화로 비쳐진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00여개의 협동조합이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이 투자한 조직이 아니고 각 조합들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의 집합체다.
공공기관도 아닌 협동조합을 정부 통제하에 둔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만약 정부가 이 논리대로 추진해야 한다면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생협에도 똑같이 적용해 통제권과 감사권을 가지고 갈 것인가?
또 정부는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에 따른 비용을 농협 예산에서 갹출해 쓴다고 한다. 각 보험사 등을 회원으로 둔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장 연봉 8억원과 ‘재벌’이라는 지칭
농협중앙회장의 연봉 8억원이 많다는 느낌으로 (방송 내용은) 다가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5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에서 농협은 9위다.
2024년 8위 HD현대, 10위 GS의 연봉만 놓고 보자.
HD현대(8위) 정기선 회장이 22억 7000만 원이고 GS(10위) 허태수 회장이 45억 400만 원 (급여 28억 2600만 원 + 상여 16억 7800만 원)을 챙겼다.
농협중앙회장 연봉 8억 원은 재벌 오너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재벌(오너)은 급여를 많이 가져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 않나?
2024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의 평균 연봉은 약 17억 원 수준이다. 강 회장의 연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리고 강 회장은 평생 재벌인 오너들에 비해 4년만 회장 자리에 있을 뿐 다시 자신의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은인사, 왜 농협에만 이중잣대?
PD수첩은 ‘선거를 도운 사람들이 주요 보직에 앉았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부정적 이미지로 방송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광역·기초단체장도 당선되면 선거 캠프에서 고생했던 인물들을 중용한다. 일반적인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임원추천에 있어서 그 기준은 ▲인사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해당 인물이 직무 수행 역량을 갖췄는지 ▲매관매직을 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통상 농협중앙회의 주요 임원 인사는 인사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치되 정치권·농림축산식품부 등과 관례적으로 소통을 한다.
또 ‘함께했던 이들을 다시 등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된 것인 마냥 인식돼선 안된다.
대통령·단체장·대기업 총수의 인사 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능력이 있는 퇴직자들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등용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농협에만 이중 잣대를 들이대선 안된다.
◇농협회장의 1억 수수 의혹
MBC가 문제 삼은 ‘1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대통령 선거는 모두 일정 득표율을 넘으면 선거비용을 국고에서 보전하지만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그렇지 않다. 후보자는 수억 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이 구조는 ‘돈 선거’를 구조적으로 유인한다.
정작 후보자를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놓은 제도는 뒤로 하고 그 구조 안에서 발생한 사안을 ‘재벌 총수의 비리’에 견주어 묘사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고 본다.
1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은 현재 경찰 수사중인 사안이다.
그러나 경찰 소환조사 받는 것을 마치 범죄자인 양 연출하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앞서 나가도 한참 앞서 나갔다고 본다.
◇농협개혁은 농민들을 위한 개혁이어야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와 관련해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상반되는 농협개정안이 발의됐다.
최근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금주(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이 대의원·조합장 등으로 구성된 ‘회장선출기구(선거인단)’에서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자는 ‘간선제’ 취지의 농협법 개정안을 별도 발의했다.
해당 농협법 개정안은 문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공동 발의 의원은 권향엽·김병주·복기왕·이주희·정일영·정진욱·허성무·이개호·이광희·이정문 민주당 의원 및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다.
개정안은 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별도 선거기구(선거인단제) 도입과 함께 조합감사위원회를 유지하되 정원을 5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고, 인사추천위원회 추천과 총회 선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1일 당정이 발표한 조합원 직선제, 조합감사위원회 독립과 유지 등 핵심 쟁점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해당 농협개혁안은 같은 당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의원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조합장 직선제→조합원 직선제 개편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을 담은 법안이다.
또 지난 17일 전국후계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소속 조합장 150여 명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광장에서 ‘농협 자율성 보장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일방적인 농협법 개정 중단과 조합원들의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오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전국 농협조합장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다.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등 전국 농민 대다수의 소리를 통해 정책 입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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