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은 짧았으나 그라운드에서 20년 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이민호 심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종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KBO를 대표하는 명심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심판들도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한해를 마치면 인사 평가를 받는다. KBO와 심판위원회가 철저한 내부 평가를 통해 순위를 정하는데, 판정의 정확성, 오심 여부 등이 평가 대상이다.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면 2군으로 강등되기도 한다.


▲ 이민호 심판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판들도 그날의 경기 복기"


그런 냉정한 평가 속에서 이민호 심판은 올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 매체가 실시한 '올해의 심판' 설문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득표를 얻는 영예를 안았다. 그만큼 이민호 심판은 내부와 현장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심판 중 한 명이다.


시즌 종료 후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받은 이민호 심판은 "심판이란 직업이 원래 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을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때론 동료 심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초심 잃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판정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민호 심판이 이렇게 매년 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꾸준한 노력과 자기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심판진 모두가 오심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판들도 그날의 경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공부한다"고 강조했다.


▲ "이젠 야구 팬들이 심판들 이름도 다 알아".


야구 심판들 사이에서도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 이민호 심판은 지난 7월 7일 경기를 통해 통산 15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는 KBO 리그 역대 27번째 기록이다. 1997년 심판에 입문한 때부터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심판 때와 지금의 KBO 리그는 인프라, 관중 수 등에서 큰 변화를 이뤄냈다.


심판들도 마찬가지다. 환경뿐만 아니라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경기장 내 '지탄의 대상'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심판의 숙명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연 이민호 심판은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는 것만큼 심판도 전문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구 팬들이 심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심판들의 이름도 몰랐는데, 이제는 심판과, 경기를 치르는 구단과 상관관계 등도 다 알고 있다. 상당히 구체화됐다. 그래서 심판들이 야구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야구 팬들의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비디오 판독 도입이다. 미국 프로야구(MLB)가 지난 2014년 3월 첫 도입한 이후 KBO 리그도 2014년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인 심판 합의 판정제를 첫 도입했다. 올해는 '홈 충돌 방지' 규정까지 포함되면서 오심은 줄고 경기는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이민호 심판은 "프로야구는 상업이다. 야구 팬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한다. 그만큼 팬들은 정확한 판정을 보고 싶어 한다. 합의 판정 제도를 통해 심판이 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해 주니 부담도 덜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합의 판정 제도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심판의 콜과 비디오 판독은 경기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야구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는 것처럼 야구의 디테일한 면을 보는 것도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라는 게 이민호 심판의 생각이다.


뉴미디어국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