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이민호 심판은 올해 100경기 이상(대기심 포함)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심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마련이다. 동료 선수, 코치진을 제외하고 가장 가까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바로 심판이기 때문이다.
▲ 이민호 심판이 꼽은 올해 최고의 구위를 뽐낸 투수는?
이민호 심판은 두산 베어스의 선발을 책임진 이른바 '판타스틱4'의 활약이 올 한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직구)가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전력 분석이 매년 발전하면서 2년차 외국인 선수들이 고전하기 마련인데, 니퍼트는 데뷔 후 줄곧 최정상급 투수로서 활약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또한 니퍼트와 함께 KIA 타이거즈 에이스 헥터 노에시의 직구가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150km에 육박하는 움직임이 심한 투심 계열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커브는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을 꼽았는데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윤성환의 커브는 정말 명품이다. 떨어지는 각이 남다르다"고 했다.
지난 6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마이클 보우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보우덴의 포크볼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이민호 심판은 "보우덴은 퀵 모션도 독특해 타자들이 어려워 하는 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제구력에 있어서는 단연 유희관을 꼽았다. 이민호 심판은 "유희관 선수는 스트라이크존을 정말 잘 활용한다. 존에 걸치는 공을 던졌다가, 그 다음에는 존에서 반 개 빠지는 공을 또 던진다. 이런 식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정말 잘 이용한다"며 유희관 선수를 재간둥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2016 KBO 리그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등에서 역투한 LG 트윈스 캡틴 류제국의 활약상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이민호 심판은 "해를 거듭할수록 자기 발전이 있는 투수다. 이젠 나이도 있고 해서 상당히 노련해졌다. 가을에 공 던지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차우찬의 세 차례 견제 아웃 - 임창용·오재원 사건 가장 기억에 남아".
이제 LG 트윈스 소속이 된 차우찬은 지난 8월 4일 인천 SK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6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챙기고 내려갔는데, 이날 진기록도 세워 눈길을 끌었다. 1경기에서 홀로 세 번의 견제 아웃을 성공시킨 투수가 된 것.
4회 선두타자 최정용에게 볼넷을 내준 차우찬은 다음 타자 헥터 고메즈에게 초구를 던지기 전 견제로 최정용을 잡아냈다. 6회에는 한 이닝에 두 차례 견제사를 잡았다. 1사 후 안타로 나간 이진석은 한 차례 견제 합의 판정 이후에도 다시 견제로 잡아냈고, 이어 자신의 실책으로 내보낸 최정용 또한 다시 견제로 잡아내며 진기록을 완성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기, 특정 투수가 두 차례 견제 아웃을 성공시킨 사례는 50번 넘게 있었지만 한 경기 세 번은 차우찬이 처음이었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1루심이 이민호 심판이었다는 것이다. 이민호 심판은 "정말이지 속으로 '냉정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되뇌었다"면서 "그래도 3번의 비디오 판독 중 두 번은 맞았고, 한 번은 틀렸다"며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다른 경기는 지난 8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임창용 오재원 간의 견제구 논란을 꼽았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임창용은 9회 초 2사 상황에서 2루로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임창용이 던진 공은 베이스가 아닌 두산의 2루 주자 오재원의 머리로 향했고,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2루 뒤로 빠진 공은 2루심을 지나 중견수까지 굴러갔지만, 너무 놀라 주저앉은 오재원은 3루로 갈 생각도 못 했다. 두산 벤치는 강력하게 항의했고, 심판진은 임창용과 오재원에게 동시 경고를 내렸다. 당시 구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면서 사건이 잘 마무리됐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리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되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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