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 샌프란시스코전 경기. 14승 달성.2013-09-28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 24일 한 매체가 미국 매체의 ‘에인절스, 류현진 7년 계약 고려해 봐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한 미국 매체가 “LA 에인절스는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류현진(32·LA 다저스)을 7년 계약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사이영상 후보군에 들어가는 투수라고 해도 7년짜리 FA 계약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30대 투수에게는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7년 계약을 원하는 구단이 두 명의 장기계약자(알버트 푸홀스:2021시즌까지 10년 2억4000만 달러·저스틴 업튼:2022시즌까지 5년 1억600만 달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에인절스다. 류현진에게 제시할 FA 계약금액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에인절스의 올시즌 연봉총액은 약 1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류현진에게 7년짜리 대형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기사의 출처는 ML(메이저리그) 출입기자도 아닌 에인절스팬이 팬포럼에 남긴 블로그 형식의 글이었다. 팬의 바람이 깃든 전망을 매체로 오인해 기사화한 것이다. 에인절스팬 빈센트 페이지는 오프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개릿 콜(29)을 에인절스가 영입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여러가지 바람을 썼다. 그 바람 중 하나가 선발진 강화를 위한 류현진과 매디슨 범가너 영입이었다. 그런데 페이지의 글 중 어디에도 “류현진을 ‘7년 계약’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원문에도 없는 7년 계약이란 내용이 기사에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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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 팬포럼 사이트 행아웃.com 캡처

2013년 류현진의 ML 진출 이후 수많은 언론이 미국 현지기사와 이번 사례와 같은 팬포럼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사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블리처리포트, SB스포츠 등 스포츠 웹사이트에 현역 ML 출입기자가 글을 기고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팬이 작성한 글이다. 지난 24일 류현진 기사의 출처 또한 스포츠팬이 기고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스포츠 웹사이트다.

이번 경우처럼 공신력 없는 글을 출처로 삼고 명시되지도 않은 내용을 기사화한 것에 대한 책임도 분명 뒤따라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퍼나르고 날조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미디어로서의 기능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bng7@sportsseoul.com